붕붕카를 기억하는가. 5살이 안된 아이들의 전유물이다. 발로 밀어서 타는 바퀴 달린 작은 차.
붕붕카 1등은 늘 내 것이었다. 부모님은 닳아버린 내 붕붕카 바퀴를 보며 새 것을 사 오시고는 했다.
학교에서 한 첫 1등은 '오래 달리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해당 초등학교 체육선생님들에게 늘 '육상부'제안을 받았다. 새로 생긴 '수영부'에 잠깐 몸을 담기도 했다.
그렇게 1등의 경험을 쌓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의외로 미술과 음악에서 늘 1등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반짝이 펜들은 미국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솜씨로 ♬윤하-혜성♬을 치고 부르면서 집중을 받았다.
1명만 뽑는 자리에 63명이 모여들었다. 경쟁률 63:1
그리고 합격.
'나, 1등 한 여자야!! 뭐든지 할 수 있어! 덤벼!'
한동안 기죽었던 허리가 다시금 펴졌다.
서류 합격한 인원은 총 10명이었고, 그중에서 2차와 3차 면접을 통해 1명만 뽑는 자리였다.
2017년 7월, 광주 CBS의 아나운서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가는 길은 늘 1등만 원했다. 늘 1명씩만 뽑았다.
그러다 보니 1등을 거머쥐지 못한다고 느낀 최근에는 기가 좀 죽었더랬다.
그래도 다시 고개를 들고 달려보려고.
우리는 누구든지 소소한 1등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누구든지 어떤 분야에서는 1등이고 또는 예비 1등이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닫힌 문 뒤에서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두려움도 실패도 쌓이면 꽤 괜찮은 경험이 된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1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1등의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어, 또다시 한 발짝씩 내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