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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Mar 22. 2020

재난기본소득. 왜 필요하냐면요..

소설  [페스트]_알베르 까뮈

재난기본소득: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돈을 주는 것.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페스트에 걸려 죽은 사람들을 묻을 사람들, 그리고 그 명단을 관리하는 위생 직원들은
아무리 조심해도 쉽게 전염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또다시 페스트였다.


페스트는 모든 경제생활을 파괴했고, 그 결과 엄청난 숫자의 실업자를 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사실 '곤궁'이 '공포'보다 더 절박하다는 사실을 늘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위험의 정도에 따라서 보수를 지불하기 마련이다 보니 그 점은 더욱 명백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보건과에서는 취업 희망자의 리스트를 작성해놓았다.
그래서 결원이 생기면 리스트 윗부분에 있는 사람들에게 통지를 하곤 했다.
그리고 통보받은 사람들은 감염자가 아닌 이상, 언제나 출두하기 마련이었다.



최근, 아르바이트 사이트 들어가 보면 이와 비슷한 상황들을 볼 수 있다. 상반기 채용 일정은 대부분 '알 수 없는 언젠가'로 미루어졌고, 공인 시험들의 일정도 함께 미뤄졌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한시적 실업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취업준비생, 한시적 실업자들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게 됐고, 18세기 소설 페스트에 나왔던 것과 같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일에도 기꺼이 지원을 한다. 단기 아르바이트는 인기 직종이 되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식당이나 병원 등의 가게 앞에서 출입통제를 하며 열을 체크하고 손 소독제를 뿌려주는 신종 아르바이트는 선착순 마감이 될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다.


끊임없이 신조어가 나타난다. 코로나 백수, 코로나 실직자.. 코로나 블루.. 등등.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오늘(03.22) 보낸 문자에는 '3월 22일-4월 5일까지 모임, 여행, 행사 등 연기 또는 취소, 생필품 구매나 병원 방문, 출퇴근 외 외출 자제, 유증상시 출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겁을 먹는다.


하지만 단순히 답답해서 놀러 나가는 게 아니라 살려고 나가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다. 출퇴근 직이 아니라, 한 번의 행사와 한 번의 공연으로 먹고사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대안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히 사형선고다. 게다가 코로나 19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다수인 현재는 더욱 그렇다.

 

최대한 추가 감염자를 줄이고, 현재 확진자들과 위중한 사람들을 고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국가의 입장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한 게 아닐까. 조금이라도 마음놓고 쉴 수 있도록 말이다. 


혹자는 부유한 이들에게도 나눠주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소득분위를 따지고, 증명하고, 선별해내는 동안, 확진자는 더 늘어나고, 하루라도 일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뭐라도 하기 위해 나갈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모든 이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 또다른 누군가는 명칭이 잘못됐다고 한다.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명칭이 중요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재난 수당'이라고 해도 관계없다.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모든 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우선순위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했던가. 어려운 시절에 함께 해 준 국가라면 지금의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즈음에 또다른 위험 앞에서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의 빠른 퇴행을 위해서, 힘든시기에 함께 해쳐나가는 지혜를 선보이기 위해서, 이번 정부의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찬성한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 국가가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계를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고 싶다. 국민의 안전과 생계가 보장될 때, 국가는 빠르게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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