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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Apr 20. 2020

안내견 '조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선량한 차별주의자_김지혜

공공의 공간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소수자 minorities로 만드는 중요한 성질 가운데 하나다. '소수'라는 건 수의 많고 적음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여성처럼 숫자로는 많아도 어쩐지 공공의 장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 책 중


어제 (4월 19일) 보건복지부는 2019년도 등록 장애인 현황을 발표했다.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261만 8000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5.1%에 해당된다. 15개 장애유형을 분석한 결과 지체장애인이 46.7%인 122만 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각장애인 14.4%(37만 7000명), 시각장애인 9.7%(25만 3000명), 뇌병변 9.6%(25만 2000명) 순이었다.


전체 인구의 5.1%는 적다면 적은 것이겠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몇 번이나 이런 사람들을 마주할까.


지체 장애인이든지, 시각 장애인이든지, 청각 장애인이든지, 더 나아가 고도 비만이라든지.. 내 경우, 특정 기관에 가서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사회생활 속에서 그들을 만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딱 한 번 버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분을 마주한 적이 있다. 시간대는 복잡한 출근길이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나가는 꽉 찬 만원 버스.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도록 특수 설치가 되어있고, 계단이 없는 버스였다. 하지만 그 좌석 혹은 해당 설치를 사용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만원 버스에 등장한 휠체어. 

버스 운전기사분은 그분이 버스에 탈 수 있도록 지지대 같은 것을 버스에서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그런 것이 나오는 지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분이 올라타자, 사람들은 홍해처럼 갈라져 길을 내주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해당 특수장치는 너무 오래도록 사용되지 않았어서였는지 녹이 슬어 움직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만져보던 그분은 결국 포기한 듯 그 위치에 자신의 휠체어만 아슬아슬하게 고정하셨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했다.


궁금했다. 이후로도 그분은 같은 버스를 타셨을지.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눈빛과 눈초리가 불편하고, 혹여나 또 장치가 고장 난 버스일까 두려워, 다시 다른 수단을 이용하기로 하셨을는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우선 아예 없는 경우다. 아예 없는 이유 역시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도록 했거나, 들어오지 못하게 했거나, 쫓아냈거나, 극단적으로는 죽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책 중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거리에 다양한 사람들이 보일 수록 그 나라가 민주적인 나라라는 것.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고,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보일 때, 비로소 그 나라가 민주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대놓고 앞담하는 것만 차별일까. 지나가면서 스-윽 주는 '눈초리'야말로 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거리는 중립적인 공간인 듯 보이지만 그 공간을 지배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감시'의 압박은 삶을 만성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소수자가 스스로 숨어있기로 결정한다. 소수자가 안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게 가능한 경우가 있다. - 책 중


선거가 끝나고 안내견 '조이'가 주목받는다. 당 색의 여부를 떠나서, 시각장애인 의원은 우리 사회에 좋은 의미를 던졌다고 본다. 이 분이 건강한 생각으로 그 그룹을 대변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거리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평등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평등은 인간 조직이 정의의 원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상호 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 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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