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by 서하
나는
너무 단단해서
빛조차 닿지 않는—
고요.
스스로를 지키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 믿으며
숨조차 얼려두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너는 말없이 다가와
햇빛처럼 머물렀다.
뜨겁지도 않았고
요란하지도 않았던 그 온기,
흘러내린
익숙했던 모서리들—
물처럼 풀려간다
뾰족했던 말,
닫혀 있던 눈빛,
숨기고 싶던 얼음장까지도
조용히 녹는다
이제 나는
너에게로
조용히 흐르는
물줄기.
사랑은
나를 녹이는 쪽에서
시작되었다.
✥ 모티브: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요한 21,18)
『녹는 쪽으로 흐른다』
닫혀 있던 자아가 사랑이라는 온기에 이끌려 서서히 녹아 흐르는 과정을 그려보았어요.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라는 말씀은
자기중심에서 타자 중심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제게 비추어 쳤네요.
얼어붙은 감정과 마음의 모서리가 하나둘 풀어지고,
결국 사랑 앞에 조용히 흘러가는 ‘물줄기’로 변화하는 여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내면의 치유와 회복을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