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떠들지 않는다

#059

by 서하

달은 떠들지 않는다

by 서하


달은 떠들지 않는다
구름 사이로 고요히 나타나

어두운 길을 한 겹 비출 뿐이다


무엇이 옳은지 말하지 않고
누가 옳은지를 가르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물며
빛과 어둠을 함께 품는다


말이 많아질수록 진실은 멀어지고
불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달은 그것을 아는 듯
스스로를 줄이며 세상을 비춘다


누군가는 달빛 아래에서
길을 잃지 않고
누군가는 그 빛에 기대어
속삭이지 못한 마음을 꺼내 놓는다


달은 그 모든 것을 들었으나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비춘다


진실은 늘 그렇게
말보다 먼저 다가온다



✥ 모티브: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한 21,24)



『달은 떠들지 않는다』

‘달’은 소리 없이 나타나 어둠을 비추며, 판단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저 자기 빛으로 길을 밝혀주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달은 강요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며,
그러기에 오히려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진심과 길을 찾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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