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어도 돼

#062

by 서하

여기 있어도 돼

by 서하


한 마리 새가 있었습니다.

깊은 숲을 지나
높은 빌딩 숲을 지나
사람들의 마음 위를

떠돌았습니다.


그 새는 쉼터를 찾고 있었지만
지붕마다 “입주 마감”,
현관마다 “출입 금지”.


어떤 이의 어깨에 내려앉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바빴고,
어떤 이의 손바닥에 머물렀지만
그 손은 바람보다 차가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창문 틈으로
따뜻한 숨결 하나가 흘러들었습니다.


"괜찮아,

여기 있어도 돼."


한 마리 새를 맞이한 곳은
잘 지어진 집도,
높은 나뭇가지 위가 아닌


그곳은
누군가의 고요한 마음 한 구석.



✥ 모티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 10, 8)


『여기 있어도 돼』

제가 추구하는 자유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쫓기지 않고,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입니다.
“여기 있어도 돼”는
내가 어떤 존재이든, 지금 어떤 상태이든 그대로 괜찮다는
존재의 자유를 허락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어도 돼”라는 말은
위협하거나 재촉하지 않는 공간,
각자의 속도와 모습 그대로를 허용해 주는 평화의 공간을 나누고 싶은
저의 속삭임이기도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미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