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빛

#061

by 서하

이미 빛

by 서하


“나는 빠르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멈추어 있을 때,
세상은 가장 선명해져요.
이게 빛의 속도예요.”

나무늘보,

너는 이미 빛.


“나는 쉽게 상처받아요.
그래서 가시를 가졌지만,
그 안에도 따뜻한 심장이 뛰어요.”

고슴도치,

너도 이미 빛.


“나는 햇살을 몰라요.
사람들이 자는 동안
달빛을 닮아 피어나죠.

나는 달빛과 별빛과 친해요”

달맞이꽃,

햇살을 몰라도 너는

이미 빛.


“빛을 가리는 게 아니에요.
늘 촉촉하게 생명을 덮고 있어요.
촉촉해야 사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푸른 이끼, 너도 사실은

이미 빛.


✥ 모티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 5, 14)


『이미 빛』

이 시는 느림과 약함,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 속에서 발견하는 고유한 빛을 노래합니다.
나무늘보의 천천히 머무름, 고슴도치의 상처 입은 가시, 달맞이꽃이 밤에 피어나는 모습,
그리고 늘 촉촉한 이끼까지—이 모든 생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 빛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더 빠르고, 더 밝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잣대에 지친 이들에게,
‘너는 이미 충분히 빛나는 존재’라는 부드러운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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