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시간

- # 021 울지 못한 이들을 위한 시

by 서하

애도의 시간

- 울지 못한 이들을 위한 시


by 서하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던 그대여,
지금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사랑을 지키고 싶었으나
두려움 앞에 숨었던 베드로여,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용기를 내고 싶었지요.
그만큼 예수님이 소중했기에
그 사랑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 순간, 당신의 두려움도
너무도 정직한 욕구였다는 것을
나는 알아요.


그러니 이제는
그날을 자책하지 말고,
그날의 당신을
애도해 주세요.


당신은 외면한 게 아니라
버텨야 했던 거에요.
당신은 도망친 게 아니라
지킬 수 없던 마음을
그저 안에 감춘 거예요.


지금,
무덤가에도 갈 수 없었던 당신에게
나는 초대장을 보냅니다.

조용히, 당신의 자리에서
당신 자신을 위해 울어주세요.

애도는 약함이 아니라
삶을 사랑한 이들의 특권입니다.


이제는
울어도 괜찮습니다.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그리워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이
그만큼 귀했음을,
당신의 눈물이 말해줄 거예요.


오늘은
자책이 아니라
자비로 머무는 날입니다.


자기 연민으로
자신을 끌어안는 날입니다.


애도의 시간은
당신을 벌하는 시간이 아니라,
당신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처음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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