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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ca's universe

10-1 신나는 글쓰기 10기

by veca
1. 여러분은 누구인가요?
2. 여러분의 우주는 어떤 모양, 어떻게 생겼어요?
3. 여러분의 우주를 그림으로 그려 보면 어때요?(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요)
4. 우주를 담아내기 힘들다면 여러분의 직업, 관심분야, 성격, 장단점 이런 이야기로 들려주셔도 좋아요.

우주라고 하니 인터스텔라가 아니라, 지구가 바라보이는 황망한 공간에서 둥둥 떠다니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게 넓은 공간이 나의 우주일까? 나는 그렇게 넓고 넓은 곳에서 둥둥 떠다니며 그곳을 나의 우주라고 부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다. 그 넓고 황망한 곳이나 SF 소설 속의 우주 터널을 통과한 이후의 새로운 우주는 내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내 우주라고 부른다면 그저 작은 행성 정도의 크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신글 7-1에서 조용히 밝힌 나만의 별 zida, 그곳이 나의 우주다. 어린 왕자가 장미꽃 한 송이와 살고 있는 B612호 같이 작은 공간이다. 한 바퀴를 빙 둘러서 걷는데 한나절이면 되는 그런 곳이다. 바오밥나무처럼 못된 부정적 감정들이 자라서 내 행성을 뒤덮고 드디어 나 자신마저 갉아먹을 때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바오밥나무를 캐낸다. 쑥쑥 뽑아서 다시 파릇한 잔디가 깔리고 좋아하는 석양이 멋지게 보일 때면 나의 온 우주와 같은 그 공간에서 만족스럽게 노을을 바라본다.


그러나 역시 그 작은 행성에서 잠깐 졸고 있을 때면 꿈꾸고 만다. 저렇게 공허하고 넓고 넓은 곳에 혼자 남겨져 둥둥 떠다니면서 푸른 지구를 바라본다. 그곳에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생각을 할까? 잊고 잘 살아갈까?

그렇게 혼자 우주복을 입고 혼자라는 사실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얼마나 넓고 끝이 없는지 그곳의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움을 느낀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가벼움에 잠시 팔과 다리를 파닥이며 물속처럼 헤엄친다.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다시 나의 행성으로 돌아와있다. 그 행성에서 다시 온기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면 저녁 메뉴가 뭐냐고 묻는 남자 셋이 기다린다. 그들은 또 하나의 나의 우주이며 나의 전부다. 저들은 늘 메뉴를 궁금해한다. 음식이 재미없는 나는 그들이 참 신기하다.

그들과 밥을 나누고 나의 에너지를 나누고 온갖 것들을 나누다가 다시 나의 행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여러 미션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공심재 안의 많은 일들이 끝나고 읽고 싶은, 읽어야 하는 책들로 마무리를 짓는다. 오늘은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상실의 시대>를 다시 꺼냈다. 작년에 읽고 두번째로 읽고, 레몬 심리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전자책으로 읽었다. 레몬 심리가 필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국의 유명한 심리 상담 플랫폼의 이름이었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놀란다. 확신에 찬 사람들, 단호하게 길을 제시하는 그들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오늘의 나의 우주는 두 책 속에서 건져낸 언어들이 가지런히 벽을 채우고 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그 사실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실의 시대 p49ㅡ무라카미 하루키
인생은 짧고 또 길어서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ㅡ 레몬 심리

나라는 존재 속에 죽음은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그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나는 하나의 우주고 삶이며 죽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리고 마지막 죽음까지 나는 나와 함께다.


끝없이 읽고 끝없이 배우며 계속 생각한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몸에 습관으로 새겨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우주 속에서 끝없이 뭔가 쓰고 뭔가 배우고 뭔가 노력하는 내가 있다. veca's universe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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