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바꾸는 법
먼길을 떠나왔다. 그 길 위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변화에는 노력과 아픔, 슬픔, 실망,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도 녹아있었다. 아니 그런 것이 있어서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변화들을 무수히 느끼며 아직도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길을 계속해서 걷고 있다.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걸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혹은 목적지가 있는 것인지도 분명치도 않다.
그렇지만 계속 앞으로 걸어가야만 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걷기를 포기하고 멈춰 섰던 그때, 나를 지나쳐간 이들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의 풍경에 만족한다는 거짓말로 자신을 속이며 너무 오랜 시간을 멈춰서 있었다.
힘드니까 쉬어가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오래 머물러 버렸다.
물론 멈춰 섰던 그곳의 풍경과 편안함이 좋지 않았던 것만은 아니다. 그 시간은 그 시대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잠은 달콤했고, 유희는 즐거웠으며, 걷지 않으니 몸도, 다리도, 손도 아프지 않았다. 마음마저 어느 순간 편안해졌다. 그래서 간혹 멈춰 서 바라보던 매일의 풍경이 그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마음마저 편안함을 느끼던 그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매일 같은 풍경 하나. 이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나를 너무 괴롭게 했다.
걷지 않고 멈춰 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처한 환경이나 주어진 상황도 달라질 것이 없다.
멈춰 선 풍경 앞에서 지금 내가 원하는 풍경이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봐야, 다른 이들이 그 풍경을 함께 바라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풍경을 바꾸고 싶다면 멈춰 서 기다리기보단 내가 움직여 다른 풍경을 마주하러 가야 한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이, 상황이, 현실이, 운명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걸어야만 한다.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고, 그 끝이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속 걸어야 하는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그렇게 다시 걷기로 한 이상 눈보라가 일고, 온통 아무것도 없는 혼자만의 길이라도 걸어야만 한다.
굳어버린 몸을 일으켜 세우고, 멈춰 서있던 그곳에서 다시 걷기로 했다. 다시 걷겠단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남은 이가 없었다. 그들은 나를 앞서 저만치 사라져 버렸다.
매일 그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걷지 않는다면 그들의 그림자 조차 볼 수 없을 것이다. 늦었으니 더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한다.
오늘도 열심히 어딘지 모를 계속 걷고 있다.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조금씩 바뀌는 풍경이 내심 즐겁게 다가온다.
그렇게 그림과 글을 담아가며, 삶이란 길 위로 계속 걸음을 옮기며 새로운 풍경을 매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