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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May 10. 2017

비 오는 거리

영롱한 우울감



우울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 화사한 날에도 우울할 수 있는 법처럼, 마냥 우울할때도 빛나는 순간들은 있는 법이다.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 놓인 우울감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를 들을 때에도 멜로디는 경쾌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울감이 내재된 노래를 주로 즐겨 듣는 편이다.


우중충해지는 분위기의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날이 제법 밝은 때 내리는 비는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여우비도 그렇고, 밝은 날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도 좋다. 더불어 해가 슬슬 저무는 때에 거리마다 빛을 켜기 시작한 순간, 빛이 바닥에 비치고 다양한 색감이 빗물에 반사되는 순간이 좋다.


우중충한 분위기 위로 도시의 조명이 난반사를 이루면, 어딘가 모르게 희망적인 빛감의 감정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희망감이 잠재된 우울감은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고, 가장 좋아하는 감정적 순간이다.


그런 감정이 잔뜩 내려앉은 거리 위로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만 같다.

찰랑이는 빗길도 발에 채이는 물도 마냥 기분 좋게 느껴질 것 같다. 


나의 우울함 가득한 일상에 당신이란 희망은 그렇게 빗물 위로 넘실대는 빛깔과 같다.

그래서 비가 오던 어제 난 당신이 그렇게도 그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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