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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Jun 20. 2017

여행을 떠나는 방법

스머프 색 삼륜차를 타고 만나러 갑니다.


날이 좋은 날. 한적한 도로. 그곳을 달리는 파란 스머프 색 삼륜차. 

도로의 흙이 날리고, 털털거리는 자동차 소리,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에도 마냥 신나게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을 보았다. 


그런 곳을 한적하게 달리며 어딘가 있을 당신을 만나러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는 동안 내내 설레며 마냥 신나게 만나러 갈 수 있을 텐데. 




여행을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막상 잘 곱아보면 반대로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다. 

떠나고 싶으면서도 이대로 머무르고 싶은 그런 마음. 왜 이런 두가지 마음이 변덕처럼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것일까.


여행을 떠나라면 언제나 쉽게 떠날 수 있지만,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변해있을까 두렵다.

그런 걱정이 매번 마음을 붙잡아 떠나지 못하고, 지금에 머무르게 만든다. 

변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일수도 있고, 내가 될수도 있다. 

그런 혹시 모를 변화가 내심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많은 글들에서 여행을 떠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지만, 지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날 용기가 내겐 없다. 이전에는 그런 내게 자괴감이 들고 떠나버린 이들을 동경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머물러 있는 순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떠나도 이렇게 남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필요한 법일테니까.


그럼에도 이따금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일면, 그림을 그리며 이렇게 떠나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하루를 달래볼뿐이다. 이런 그림들을 그릴때면 그림을 그리며 산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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