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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Jun 23. 2017

독일 붓꽃

희소식을 기다리며



독일 붓꽃의 꽃말은 '희소식'이다. 봄에 피어나는 꽃이고 5월에 주로 피어나는 탓인지, 희소식에 덧붙여 대부분 결혼과 관련된 소식이란 의미를 많이 사용하는 모양이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3월 경, 꽤나 오랜 시간 걸려서 그림을 완성했다. 작은 크기의 그림이지만, 긴 시간 동안 꽤나 집중해서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희소식이 날아들면 좋으련만.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해서 생각한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 바램대로 붓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봄바람을 타고 희소식이 전해지길 간절히 원했다. 물론 결혼과 관련된 소식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작은 바람 한 가지였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나 5월이 되었지만, 어떤 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아무런 희소식도 없이 벌써 6월도 끝을 향해 간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작은 바람 한가지 조차 내겐 허락되지 않았다.

여전히 나의 일상은 지지부진하고, 변함이 없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조건 이루어지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어도 그것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언제고 끝날 것만 같은 일상이 이런 별것 아닌 의미 하나를 버팀목 삼아 여태 살아가게 만든 것을 보면 말이다.


또 간절히 바라던 희소식은 날아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5월이 의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가만히 곱아보면 5월은 5월 나름대로 많은 일들이 일상 위로 빼곡하게 박혀있다.

행복했던 순간과 웃음이 가득하던 날,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던 날도, 슬퍼 술을 마시며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희소식이 없었을 뿐 5월은 5월대로의 의미가 가득했다.


벌써 2017년의 반년이 흘러간다. 매년 6월이 되면 벌써 반이 지났다며 아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5월에 날아들 희소식을 고대하며 일상을 더 살아본 것처럼, 이제 겨울의 어느 지점을 향해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오늘처럼 생각을 정리해볼 것이다.


그때는 희소식이 날아들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는 그 한 가지를 나는 가질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변함없는 일상이 이어져 또다시 다른 날의 희소식을 고대할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라면 충분하다. 그렇게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가지고 싶다고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이젠 그런 것이 불가능 것들도 있는 법임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으니까. 괜찮다. 바라는 것을 꿈이라도 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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