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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Jul 14. 2017

시절 인연

어디선가 이렇게 또 누군가 당신에게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을 알게 만나왔지만, 그 모든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로 남은 것은 아니다.

그저 흘러 지나가 버린 사람들, 가슴 아프게 흩어져버린 인연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특별한 무엇이 없었음에도 늘 신경 쓰이고 궁금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불가의 용어에 시절 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인연은 오고 가는 시기가 있는 법이라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들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아무리 인연에 애를 써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못하면 지천에 두고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며,

헤어지는 것도 인연이 그곳까지 인지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끊어질 인연이라면 결국 흩어져버릴 때가 온다.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이런 것들에 마음 쓰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나의 과거를 곱아보며 체념하며 위로받듯 시절 인연이란 의미를 가슴에 담았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흩어져버릴 인연들이니 너무 가슴 아파하지 않겠다며 말이다.




어느날 다른 친구와의 관계로 깊은 고민에 빠져 우울해 하고 있던 친구를 위로하고자, 그녀에게 평온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연이 다해 헤어짐의 순간이 왔을 무렵 나는 어떤 생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을까.

헤어짐에 마냥 가슴 아파하며 인연이 거기까지임을 안타깝게 느끼고만 있을까.

인연이 닿아있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함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나도 한때는 늘 마음 한편엔 언제 흩어져버릴지 모를 인연이란 생각에 조바심이 내곤 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흩어져버릴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점점 자라는 조바심은 마음을 잠식해가며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정작 즐겁기만 해도 모자를 시간에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편이 계속해서 불안하게 뛰었다. 당장이라도 지금의 행복이 흩어져버릴까 두려워 늘 어딘가 마음 한 부분에 두려움이 모래알처럼 끼어있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관계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집착이 만든 결과물일 것이다. 




시절연인.


이젠 더이상 인연이 끝나는 시점에 나는 적어도 후회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슬퍼하고만 있을 사람이고 싶진 않다. 끝내 흩어질 인연에도 그간 함께 보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참 좋은 인연을 만났고, 정말 만나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할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만나서 다행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영원이 머무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인연이 닿아있다. 

그것들이 이어지는 한 순간을 소중히 하고 온 마음을 다해 지내고 싶다. 


우린 노력해서 만났을 인연이었을까. 혹은 노력해도 별수 없이 흩어져버릴 인연인 것일까.

이제 그런 것은 내게 중요치 않다고.


그저 어디선가 이렇게 또 누군가 당신에게 늘 평온이 깃들길 바라는 사람으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사람으로 서로에게 닿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 인연의 끝에 서는 날이 온다면

내가 당신을, 당신도 나를 만나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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