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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Feb 27. 2017

치기 어린 경계

가시복


늘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하며, 경계심을 온몸에 가시처럼 둘러치던 때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은 절박함에 가시를 세우고, 곁에 무엇도 두지 않으려 했던 그때가 당시로선 마음이 편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성장했을 즈음 그때를 되돌아보니, 어찌나 치기 어린 생각과 유치한 발상을 일삼던 행동이었는지를 깨닫고 몹시 부끄러워졌다. 가시를 온몸에 두르던 그때를 생각하며 시쳇말로 이불 킥을 몇 번이고 했는지 모른다.


내가 내민 가시에 상처 입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부풀어 오른 경계심으로 인해 몇 번이나 소중한 인연을 지나쳐 보냈는지 모를 일이었다. 또 자신이 받을 상처에 지레 겁먹고 모든 것을 거부하며 지냈던 시간들로 인해 스스로 고립되고, 망가지는 쪽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러면서도 고독감에 세상을 탓하고 어째서 나에게만 그런 외로움이 가혹하게 다가오는지 절망했던 것을 보면 나는 참으로 어린 녀석이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살아가며 느껴보니 타인이 내게 주는 상처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감사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받은 상처보다 내가 내민 상처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 다가오지 못하게 경계하며 내 세운 가시는 경계를 넘어 타인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나를 품으려 했던 이들은 그 가시에 찔려 뒤돌아 서 버렸을 테니까. 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가시는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우연히 지나다 마주한 사진 속에 잔뜩 부푼 가시복이 마치 과거의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잔뜩 가시를 세우고 몸을 부풀린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한번 지어주었다. 어쩐지 한구석이 귀엽게까지 느껴지던 잔뜩 부푼 가시복의 모습에서 치기 어린 생각으로 경계심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던 이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반면 그런 모습에 다소 애잔하고 애처로운 느낌도 함께 일었다. 가시복을 보며 지은 미소에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마치 그림 속 가시복처럼 과거 가시를 세우고 다니던 내 모습을 타인이 바라볼 때 우습게 느껴지진 않았을지. 

타인이 바라보던 그때의 나란 사람이 가진 절박함의 실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가시를 거두고 세상에 조금 마음을 열어두니 생각보다 좋은 바람들이 불어왔다. 이제라도 이런 바람을 느끼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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