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침식

장가계

by 도라


오랜 세월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서럽고 바스러지는 기분을 많이 느껴왔다. 칼날처럼 불어오던 바람에 나날이 깎여 나가는 감정들로 첨예하게 날이 서는 시간들을 보내는 갓 같았다.

추슬러보려는 마음으로 붙잡으면 깎일대로 깎여버린 마음이 바스러지며 손안에서 흩어져버리며 더욱 괴롭게만 느껴졌다.


어째서 그런 바람이 그렇게 내게 불어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일까 궁금했지만 누구 하나 나와 같진 않아 보였다.


어느 날 우연히 장가계라는 곳을 보았다. 중국에 있다는 그곳은 마치 환상을 품고 있는 장소인 것처럼 아름다웠다. 바람과 비, 모진 침식과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우뚝 선 거대한 기둥들이 서 있었다. 제 몸이 부서지는 숱한 상처에 아픔을 겪어내며 보냈을 까마득한 세월이 지금의 장가계라는 절경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들었다.


거친 과정을 이겨내고 나서야 비로소 아름다운 절경을 가진 장가계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바라보며, 영문모를 우울함과 외로움의 한 부분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앞으로도 얼마나 계속 침식되고 바스러지는 감정들로 괴로울지 몰라도, 이런 것들이 쌓여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얼마나 더 그런 괴로운 감정들을 걸어야 할지, 어쩌면 평생을 걸어야 그런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세월이 빚어낸 절경(장가계)처럼 아름다운 내면을 갖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자연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언제고 감정을 뉘어도 말없이 그것들을 받아준다. 장가계를 통해 일깨운 생각으로 영문모를 괴로움을 아름다운 나를 위해 마땅히 받아야 했을 세월의 풍화작용이었을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 앞으로 좀 더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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