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Aug 18. 2017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다시 바람이 불어오길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멈춰서 있는 듯한 풍차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서 분명히 바람이 느껴지는 기분이 일었는데도, 풍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풍차를 돌게 할 정도로 강하지 못한 바람인 탓인지, 아니면 어떤 장치로 멈춰둔 것인지,

혹은 풍차가 자신의 본래 목적을 상실할 정도로 망가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묘하게 마음이 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풍차에서 어쩐지 요즘의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좀 움직여주었으면 좋겠건만, 나 역시 멈춰버린 풍차처럼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멈춰있는 풍차처럼 나 역시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로 망가져 있는 것이거나,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돌게 할 정도로 미비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새들이 풍차를 향해 날아들고, 밤낮이 스쳐 지나는 곳에서 홀로 외롭게 견뎌야 할지라도 다시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다시 바람이 세차게 돌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비록 그것이 비바람을 맞아가며 견뎌야 할 폭풍과 같은 바람일지라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쳐버린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