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Feb 23. 2017

생각의 파편

우주에 나라는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


우주에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

왜 나는 남과 다르다고 느껴지고, 어째서 그렇게 나에게만 삶이 힘겹고 우울한 것만 같은지 알 수 없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힘겨웠던 나날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나온듯한 기분을 가지게 했다.

그 알 수 없는 기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성인이 되고 싶었다. 많은 공부와 사색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축적하면 그 모든 이유들을 알 것만 같았다. 그것들 사이 어디쯤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매일 공부를 하고 세상을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은 더욱 늘어나기만 했다. 하나를 알게 되면 궁금한 것이 두 개가 되고, 두 개를 이해하려 노력하면, 두 개는 열 개가 되었다. 늘어나는 생각은 늘 조각조각 파편이 되어 흩어져 가는 기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가 알려고 노력한다 해서 다 알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나란 사람이 그것들을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또한 지성인이란 혼자 노력한다고 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한 번 살아가는 삶의 소중한 시간들을 너무 낭비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이해해보겠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린 것은 아니었나 후회스러웠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졌던 우울감이든, 살아가며 파생된 굴레였든, 내게만 가혹하게 느껴졌던 환경이었든 말이다. 이해하지 못할 것들도 세상에 많다는 것과,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비로소 알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겐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그런 의무를 저버린 채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이해하려고 고민하며 열심히 살아가도 모자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버렸다. 그렇게 허비된 시간은 나를 서른의 중반에 데려다 두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잃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 전체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우주에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이고, 나의 우주는 내가 없어선 존재하지 않는다. 나로 인해 존재하는 우주의 시간은 유한한다. 보내버린 시간만큼 나란 존재로 인한 유일한 우주를 허비해버렸다.


그런 생각을 끝으로 앞으론 보다 의미 있는 날들을 기억에 남겨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물론 우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괴롭히고, 여전히 가혹한 삶은 나를 비참하게 할 테지만, 그렇다고 우주에 나라는 유일한 존재 하나를 가벼이 생각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생각을 끝으로 꽤나 오랜 기간 머물렀던 병원을 나섰다. 



나라는 존재에 단 하나뿐인 우주.

병동 밖의 세상에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공기가 흘렀고,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색감들로 가득 차있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을 내려놓자 다소 우울이 가라앉았다. 무거운 굴레처럼 느껴지기만 하던 삶도 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달리 보이는 것들 사이로 그림과 어떤 단어가 되어 피어올랐다. 내게 단 하나뿐인 우주가 많은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었다. 보잘것없다고만 느껴졌던 내 그림도, 부질없어 보이던 생각들도 조금은 예쁘게 보이는 구석이 생겼다. 이 모든 변화들이 마치 단 하나뿐인 우주가 이제야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기분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를 달래고 치유하는 삶을 살아가라 말해주는 듯했다.


그로 인해 나라는 유일한 존재가 살아가는 하나뿐인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다. 도망치려고만 했던 과거를 마주하고, 세상이 내게 가리키는 지표들을 따라 매일을 열심히 살아 보기로 했다. 글과 그림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삶을 살아가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쓰고 담아내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