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Jan 15. 2018

연필 소묘

생산적인 취미를 가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연필로 소묘를 할 때마다 스케치를 뜰 때만 해도 금방 그릴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언제 이걸 다 그리나 싶은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빠르게 형태를 잡아 간략하게 그리는 그림들도 많지만, 때로는 결과가 그리 훌륭하지 못하더라도 오래 시간을 들여 공을 들여야 하는 그림도 있다. 


숲 속 여인.

얼마나 잘 그린 그림인지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완성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 없이 연필을 그어야 했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쌓기를 반복하며 완성했다.


결과가 아주 좋지 못한 그림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완성한 그림은 생각보다 대체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오래 고민하고, 완성을 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인생에 중요한 사건이나 일이 아님에도 이렇게 공을 들여 끝까지 해보는 것들이 더러 있다.

아마도 취미라는 것이 대체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되려 돈만 쓰게 만드는 요소인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것들에 공을 쓰며 완성을 했을 때 만족감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무료한 일상, 매일 반복되는 환경을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내 경제적인 것들은 더 좋아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삶이 보다 입체적이고 풍요롭게 변했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샐러드 파스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