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한때
샐러드 파스타를 먹으러 갔었다.
낯선 동네, 평소 잘 선호하지 않는 식단이었지만, 두 번 모두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기억을 담아두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가령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기록을 남기거나, 어떤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책을 그려 넣는 분들도 계신다. 또 매일 같이 걷는 길을 기록으로 남겨두기도 한다. 물론 그들 중에 지금의 그림처럼 음식들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을 그려볼까 생각하다가 샐러드 파스타를 먹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래서 찍어둔 사진을 열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모양의 그림이다 보니 오래 걸렸고, 그런 탓에 그리는 동안 그날을 가만히 떠올리며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샐러드의 맛도 상상해보고, 향과 색감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날 주변에 앉았던 일행의 모습도 곰곰이 떠올려보고 말이다.
즐거웠던 날들이라고만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단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모두 생각해보고 나니까 의외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령 미세하게 느껴지던 의자의 불편함이라던가, 차갑던 테이블, 벽에 붙은 포스터,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주전자까지. 그리고 처음 갔던 그때의 나는 지금 기억하는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단 사실도 떠올랐다.
즐거운 시간들이지만 훗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그라지고 말 것이라 생각하던 때였다. 지금에 와선 그럴 리가 없던 날을 왜 그때는 그리 생각하고 온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지...
이런 것도 참 병이지 싶단 생각이 든다. 별것 아닌 것들에도 감정적 집착을 부리는 것만 같은 것이 말이다.
결국 즐거웠던 한때의 맛 좋던 파스타로 시작해서 그날 온전히 즐겁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괜한 미안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결국 샐러드 파스타를 그린 그림은 그냥 즐거웠던 한때의 그림으로 남겨두어도 되었을 것을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 탓인가. 마냥 맛있게 그려야지 했던 샐러드 파스타 그림에 어쩐지 먹먹하고 어딘가 아련해 보이는 필터 하나가 씌워진 듯한 기분이 자꾸만 든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아가면 그때는 온전히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기억했던 맛과 향을 기꺼이 행복하게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