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Nov 29. 2017

솔방울

겨울을 위해 피어난 꽃


솔방울은 사실 열매이지만, 때때로 솔방울이 꽃 같다고 생각될 때가 더러 있다. 


활짝 벌어진 솔방울을 볼 때면 예쁜 꽃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절로 든다. 

특히 모양이 멋들어진 솔방울을 만날 때면 여타 다른 꽃들처럼 시들지 않고, 그만의 모습 그대로 시간을 붙들고 멈춘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겨울에도 푸른색을 간직하며 생명이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나무의 모습은 그의 열매에도 담겨있나 보다. 


그래서 이따금 겨울을 걷다 만나는 솔방울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피어있는 꽃을 발견한 것만 같다.


잎도 꽃도 다 떨어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그렇게 모든 것이 떨어진 휑한 풍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솔방울과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투박한 그들은 사실 형형색색 꽃들과 잎들이 온 계절을 물들일 때에도 그곳에 묵묵히 있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이 유혹하며 시선을 흩트릴 때에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진가가 드러난다.  


즐거울 때 함께 하던 이들이 떠나고 추운 겨울이 오고 나서야 나는 진정한 친구와 가족의 의미를 느끼고 있다.

그들은 화려하지 않았고,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묵묵히 곁에 있었다. 다만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야 그들을 느끼게 된 것이다. 꽃이 지고, 형형색색의 잎들이 떨어지고 나서야 내가 꽃과 같은 솔방울을 아람답다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