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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Jan 26. 2018

안경을 쓴 여인

안경에 얽힌 일화


멋들어진 역광과 여인의 모습이 보기 좋아 그린 그림. 그림을 그리다보니 하나의 일화가 떠올랐다.




키가 정말 작았던 유년시절, 매번 맨 앞자리에 앉았기에 눈이 나빠져도 칠판을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맨 앞자리에 앉아야 했지만, 그 무렵부터 맨 앞자리에서도 칠판이 보이지 않아 안경을 써야 될 때가 되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안경은 꽤나 비싼 물건이었기에 선뜻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동네 작은 백화점의 안경점을 찾아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의 안경을 계속 바꿔 써보다가 적당한 모양의 은테 안경을 골라 렌즈를 끼웠다.


안경을 처음 썼던 날, 흐릿하게 볼 때 잘 몰랐던 아버지의 얼굴에 주름살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날 동네 백화점의 안경 코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왜 우는지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셨다. 


이제 몇 년이 더 지나면 그 당시 아버지의 나이와 비슷한 때가 나이가 된다. 어느덧 나도 나이를 이렇게나 먹어버렸다. 고생을 하건 안하건 이 나이쯤 되면 주름이 얼굴에 많이 생기는 것이 집안 내력인가 보다. 고생의 여부와는 크게 관계없이 나의 얼굴에도 주름이 꽤나 많아졌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버지의 얼굴에 서린 주름만큼 근사한 주름들은 아니다. 아마도 고생의 흔적이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박혀있는 탓이겠지. 아마도 그래서 그리도 근사한 분위기가 서려있는 것이겠지.


언젠가는 여전히 걸쳐진 안경 너머로 아로새겨진 내 주름이 근사하게 보일 날이 올 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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