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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Feb 17. 2019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해변에서 만난 강아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늦은 시각까지 놀다가 그만 집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부름에 친구들과 내일 놀자며

약속을 하며 돌아가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예전리.

깊은 시골에 맡겨져 자랐던 유년시절. 

부모가 없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유일한 친구는 동생뿐이었던 때.


둘이서 뒷 밭과 들판을 쏘다니며 해가 질 무렵까지 노다니던 때가 떠올랐다.


빨간 땅콩 밭 동산에 노을이 걸릴 때쯤 붉은 하늘과 그에 질세라 더욱 붉게 물들 던 땅콩밭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쯤 나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같다.


해변을 걷던 강아지는 붉게 물든 노을을 향해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듯 보였다.

붉은 표현 해비치 해변의 모래가 넘실대던 삶의 곡절과 같이 보였고, 그 위로 날아드는 바람은 짙은 외로움의 향을 지닌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붉게 산란되어 비치던 햇빛은 그의 인생에 기나긴 그림자를 뒤로 늘어뜨리게 만들었다. 


강아지는 사실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내 감정이 그를 통해 외롭다고 드러났을 뿐이다. 

저물어가는 하루, 아름답게 걸린 붉은 빛깔 노을이 진 해변에서 만난 강아지는 잠시 잊어버렸던 그때를 다시 불러와 몹시도 외로운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어떤 감정을 배우는 것은 철저히 경험이 그 토대가 된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배운 감정은 문득 문득 일상에 이따금 고개를 내밀며 그 시절을 상기시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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