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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포뇨 Jul 04. 2019

비건으로 살아남기

질문투성이의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는 의미

오전 수업이 끝난 12시, 학교 근처의 모든 식당은 북적거린다. 시원시원한 목청으로

"여기 제육 두 개요~" 외치는 사람들 틈에서 소심하게 사장님을 자리로 부른다.


"사장님, 혹시 돌솥비빔밥에 계란이나 고기 들어가나요?"

"계란 들어가지."

"그럼 계란 빼고 주세요!"


무언가를 먹기 전에 항상 확인해야 하고, 질문해야 하고, 빼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만큼 우리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들에는 동물성 식품이 빠지질 않기 때문이다.


1년 전, 독일에 살 때는 어떤 마트나 식당을 가도, 비건용 음식에는 따로 'Vegan' 마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독일에 사는 비건들은 나처럼 항상 누군가에게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Vegan' 표시만 보고도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아닌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비건 불모지 한국에서는 다르다. 나는 매 끼니마다 누군가에게는 번거로울 질문을 해야 한다.  

비빔밥에 계란이 들어가는지, 감자튀김에 서비스로 치즈가루가 뿌려져 나오는지, 팥빙수의 얼음이 우유얼음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질문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먹을 수 있으니까.


비건으로 산다는 것은 번거로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살기' 보다는 '살아남기'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왤까? 지금이 나는 훨씬 더 행복하다.


매 끼니, 나는 동물이 들어간 것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선언은 항상 질문으로 시작한다.

번거롭지만 빠뜨릴 수 없다.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아버린 이상, 절대 예전처럼 질문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당연하게 동물을 먹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의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동물을 먹나요?'


공격적인 질문이 아니다. 나는 단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 당신의 선택은 자발적인 것인지, 한 번이라도 동물을 먹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당신의 식탁에는 왜 동물이 빠져서는 안 되는지. 식탁 위의 동물이 어떤 삶을 거쳐 당신의 입으로 들어가는지, 당신은 아무런 의문 없이 동물을 먹는 세상에 물음표를 던져본 적이 있는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려 한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당신은 왜 동물을 먹나요?'

이 작은 의문이 큰 외침이 될 때까지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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