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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포뇨 Jul 05. 2019

솔직하게,  비건이라서 좋은 점/나쁜 점

100% 주관적입니다, 주의하세요!

비건으로 살아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산전수전을 겪으며 이제야 비건 생활 안정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오늘은 비건이 되고 싶은 분들과, 주변에 있는 비건 친구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을 분들을 위해 비건으로

살면서 느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나쁜 점부터 시작하겠다!


1. 불편하다

마트에서 전성분 표시를 확인하는 내 모습..
독일의 흔한 마트 풍경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불편하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독일에서 살고 있었는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어딜 가나 식당 메뉴에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모두 적혀있었다.

비건 표시, 베지테리언 표시가 따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표시가 되어

있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외식을 할 때마다

주문할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사장님께

여쭤봐야 한다.


마트에서 가공식품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마트에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거의 없다. 양파과자에 베이컨 시즈닝을 뿌리고,

소고기 맛도 안나는 크래커에 소고기가 함유되어

있다. 외국에 수출되는 불닭볶음면은 비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중에서 비건 라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공식품을 사려면 제품 뒷면에 표기된

영양성분표를 꼼꼼하게 읽어봐야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모든 비건 제품에 초록색 새싹 모양의 'VEGAN' 마크를 표시하는 독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다. 우리나라도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므로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한 점들은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회식은 무조건 고깃집

한정식 집에서 회식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보통 회식은 '삼쏘' 혹은 '치맥' 아니던가!

회식에 참여하는 사람 중 비건은 나밖에 없다. 나 하나 때문에 고깃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회식을 하자고 건의할 용기는 솔직히 없다. 내가 참여하는 회식은 보통 1차 고깃집, 2차 술집, 3차도 술집.... 이렇게 이어진다. 비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고기를 안 먹는데도 회식비는 N분의 1일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버섯 사리를 3번 추가해서 혼자 다 먹거나, 김치 칼국수와 밥까지 시켜서 포식을 하곤 했다.

'돈 내는 만큼 먹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차는 참여하지 않는다. 마음 편하게 비건식으로 저녁을 챙겨 먹고 2차부터 참여한다. 2차부터는 보통 전집에서 막걸리를 먹거나,

감자튀김에 맥주, 황도에 소주를 실컷 먹는다.

우리나라에 비건이 많아지면 회식은 어디서 하게 될까? 고깃집이 아닌 회식은 아직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3. 질문폭탄

비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수님과 학생들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보통 그런 자리에서는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기 때문에 야채김밥을 미리 준비해 갔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학생들이 3인 1조로

모여 앉아 치킨 1마리와 피자 1판을 나눠먹고 있었다. 3명이서 먹어도 다 못 먹을 양인데 우리 조는 더더욱

음식이 남아돌 판이었다. 나는 매우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제가 채식을 해서요... 저는 괜찮으니까 두 분이서 많이 드세요!'

그 말을 들은 한 남자분이 예상치도 못하게 "교수님, 이 분 채식하신대요!!"라고 아주 큰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바람에, 나는 스무 명 넘는 사람들과 원로 교수님 앞에서 강제로 '채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은 철학을 전공한 분이셨기에 주변에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신도 도전해보았지만

사람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니더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강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의 단백질 섭취 부족을 염려하였고, 내가 무엇은 먹고 무엇은 먹을 수 없는지, 정말 '생선'도 먹지 않는지 등등...한참 동안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이렇게 큰 관심은 오랜만에 받아봐서 당황스러웠지만, 채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기회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답변했다. 비건이 되면, 아마도 처음 몇 달 간은 주변에서 수많은 질문들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채식에 관한 지식을 쌓아두기를 추천한다!


이제 좋은 점 차례!

좋은 점이 나쁜 점보다 훨씬 많아 열 가지도 넘게 적어보고 싶지만, 오늘은 공평하게 3가지만 적도록 하겠다.


1. 건강한 몸

채식을 시작하고 눈에 띄게 피부가 좋아졌다. 나는 몸에 안 좋은 것을 먹으면 피부에서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화학성분이 듬뿍 버무려진 군것질거리를 먹고 자면, 내 몸은 다음날 커다란 뾰루지로 복수 한 방을 날린다.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군것질이 하고 싶으면 맛밤이나 연양갱, 과일을 먹게 된다. 치킨, 탕수육, 짬뽕처럼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들도 먹을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식단이 깨끗해진다.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자, 내 몸은 마치 감사인사를 하듯 피부에서 좁쌀여드름을 없애주었다.

덕분에 매일 두세 개씩 붙이고 다녀야 했던 여드름 패치 없이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살도 많이 빠졌다. 채식하기 전에는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에는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봤지만 실패, 1일 1식도 1일 폭식이 되면서 실패, 간헐적 단식은 단식 시간 동안 성격이 더러워져서 실패.... 다이어트 실패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살이

자연스럽게 4키로 정도 빠졌다. 3끼를 꼬박 챙겨 먹고, 요즘은 간식도 자주 먹는데 살찔 일이 없다.

건강한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몸을 해치지 않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채식을 시작하면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오히려 살이 찌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분들이 있다면,

'베지미나'님의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nimina0226&logNo=221307537732&parentCategoryNo=&categoryNo=1&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건강한 채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주시고 채식인으로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도 해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채식과 건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존 맥두걸의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이라는 책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What the Health'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존 맥두걸은 자연식물식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병을 고쳐 유명해진 의사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과도한 육식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고, 그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단으로 몸을 지킬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What the Health'는 여러 명의 의사들이 나와 채식이 건강에 주는 이점과 과도한 육식의 해로움을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 'What the Health'만큼은 꼭 시청하길 바란다.


  2. 가치관의 변화

일상에서 가장 큰 부분인 '식단'이 변하자, 내 가치관도 통째로 바뀌었다.매일매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내 생명이 소중하고, 나의 가족, 친구, 이웃의 생명이 소중하듯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차등 없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예전에는 읽던 책에 날벌레가 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눌러 죽였다. 생각해보면 죽일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밤에 창문에 붙어있는 나방을  보는 날에는 세상이 무너질 듯 비명을 지르곤 했다. 나방이 나를 죽이러 온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지금은 구태여 한 생명을 혐오하거나 이유 없이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책에 벌레가 앉아도 읽던 페이지를 계속 읽는다. 벌레는 책 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날아간다. 나방은 빛이 좋아서 창문에 박치기를 하다가도 알아서 자러 갈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각자의 자유와 행복을 누릴 가치가 있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고통을 가해 그들의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각자만의 가치를 가지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며 매일을 살아간다.

그들의 삶에 편협한 잣대를 들이밀고 판단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저 그들의 인생을 온전히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삶이 소중함을 깨닫게 되자 인생에서 불필요한 두려움과 분노, 열등감, 조바심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평온이 가득 채워 행복해졌다.


3.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내일이라도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만 같다. 미래의 지구인은 불구덩이 같은 날씨, 먼지와 산소를 구분할 수 없는 대기,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더미와 사투하며 희망 없는 매일을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건이 되고 나서, 세계에는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을 구하고, 분뇨와 쓰레기로 오염되는 땅을 정화하고,

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막는 일에 동참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모두가 노력한다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곧 우리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이 땅 위에 서있는 모든 생명을

도구가 아닌 친구로 받아들인다면.... 어쩌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매우 주관적인, 채식인으로 살면서 느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열해보았다.

길고 난잡하게 쓰인 글을 한 문장으로 종합해보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으로 사는 삶은 행복하다!!"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렇다, 비건의 길은 아직 험난하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보람차고 의미 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비건으로 살기를 선택한다.












사진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8193

https://sentientmedia.org/what-is-a-vegan/

https://en.wikipedia.org/wiki/What_the_Health#/media/File:What_the_Health_cover_art.jpg

http://veganworldwidenews.blogspot.com/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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