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Veganforal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지포뇨 Jul 08. 2019

물건도 숨을 쉬나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우리의 이중성

    

대한민국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물건이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의미한다.

딱딱한 전공지식을 잠깐 뽐내 보자면, 유체물이란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고 사람의 오감에 의하여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모습을 가진 물질, 다시 말해 '고체, 액체, 기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문제 되는 점은 우리나라 민법에서 '동물'이 물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정의에 반대할 것이다.

숨을 쉬고, 온기가 느껴지고, 고통과 행복을 느끼고, 감정이 있는 동물을 어떻게 '고체, 액체, 기체' 중 고체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달리 해석할 방도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민법 제90 조 a문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작 한 줄의 있고 없음이 큰 차이를 만든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당연하게만 들리는 한 줄의 문장이 지금까지도 우리 법체계에 수용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쯤에서 한 번 되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로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13년 전, 소중한 우리 집 반려견을 펫 샵에서 '구매'했다. 그때 내가 우리 집 강아지를 '선택'한 이유는 눈빛 때문이었다. 유리창 밖에서 자유롭게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한 마리의 작고 여린 강아지, 그를 좁은 케이지 밖으로 구출해내야겠다는 사명감이 반짝였다. 펫 샵의 주인은 강아지가 5개월이 다 되어가고, 5개월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영영 주인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도 강아지를 데려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처음 키우는 강아지였기에 얼마만큼 사료를 주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자주 주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인터넷에 검색한 대로 정량의 사료를 주었으나 강아지는 항상 배가 고파보였고 여전히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나 있었다. 강아지는 밥을 줄 때마다 진공청소기처럼 사료를 흡입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료를 너무 적게 준 것인지 걱정이 되어 많은 양의 사료를 퍼주었다. 밥그릇에 가득 차도록 사료를 줘도 항상 남김없이 흡입하던 모습이 신기할 다름이었다.


더 이상 강아지가 사료를 많이 먹지 않게 되었을 때,  그때서야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씹는 둥 마는 둥 사료를 삼켜 먹었던 이유는, 언제 또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가 아니었을까.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유리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앙상하게 마른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그 작은 생명이 어떤 시간을 견뎌냈을지 차마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강아지를 팔았던 펫 샵의 주인에게 동물은 물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국내 반려 인구의 규모는 약 1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돌본다. 이들에게 동물은 절대 물건일 수 없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보다도 우리들을 위로하고

감싸 안아주는 존재가 동물 아니던가.

하지만 한편에는 싫증난 옷가지처럼 동물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동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건이었을 것이다. 귀여운 장난감을 고르듯이 데려와서, 마음대로 작동하지 않고 관리하기 번거로움을 깨닫자마자 버려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불법 개농장에 끌려가 도축당할 위험에 처한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시선을 멈추지 않는 이상 식용과 애완의 경계는 없다.

모두가 똑같이 버려지고, 이용당하고, 아픈 생을 살다 죽을 뿐이다.

 

어떤 생명은 가족이고, 어떤 생명은 유희의 도구이고, 이도 저도 아닌 생명은 음식재료로 취급하는 이중성은

사라져야 한다. 그들은 똑같이 숨을 쉰다. 숨을 쉬는데도 물건 취급을 받는 동물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한 생명의 존엄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 생명과 생명이 아닌 것의 경계를 멋대로 지을 자격도 없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thetimes.co.uk/article/pet-shops-at-risk-from-drive-to-bar-puppy-trade-lqkvt3c7h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833146.html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하게, 비건이라서 좋은 점/나쁜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