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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12. 2018

그날, 바다

잊을수 없는 그날

2014년 4월 16일, 나는 지방의 작은 대학교에 강의를 간 날이었다.

점심시간도 없는 꽤 긴 시간의 수업. 수업 시작전 네이버 검색창 1위는 여객선침몰이었다. 그리고 속보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침몰, 전원구조라는 뉴스가 떠있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얘들아, 여객선이 침몰했는데 전원 구조래. 정말 다행이다. 그치?"라고 말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내가 강의하는 교실이 강의용 컴퓨터 말고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는 곳이라 수업이 끝나고서야 뉴스를 볼 수 있었다. 아침과는 다른 뉴스. 구조자가 너무 적었고 배는 완전히 뒤집혀있었다.


이후로 오랜동안 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났고, 집에오는 길에도 울었다. 라디오에서는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려다 천사가 된 선생님의 후배가 사연을 보내 라디오를 듣는 전 국민이 함께 울었다. 내 주변 모두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울었다.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는 나를 보고 어떤 친구는 "너무 감정적인거 아니냐"고 했지만 모두가 보고있는 뉴스 생중계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죽었는데, 이게 감정적이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이후 부모님들은 진도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오시고, 또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부모님들은 단식을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남은 유민이 아버지는 사람의 몰골이 아닌정도로까지 단식을 하셨다. 나는 유민이 아버지가 단식을 그만 하셨으면 좋겠어서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써가서 부탁을 드리고 울기도 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유민이 아버지가 어떻게 될까봐서 너무나 걱정이 컸다. 더이상 누군가의 죽음을 볼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하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가족을 인간이하의 사기꾼 취급을 했다.


땡볕의 여름, 광화문 천막의 걸개그림을 그리러 갔다. 한여름의 땡볕은 무섭다. 그림을 그리는동안 하늘이 노래지고 뇌가 끓어오를듯 뜨거웠다. 이럴때 지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어린 조카를 데리고 세월호 기네스에 참여하고, 조카는 집에와서 오랜동안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를 불렀다. 어린조카까지 세월호에 마음을 담는것이 기특했지만, 그런 사랑스런 조카를 볼때마다 유가족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로 나는 큰 사이즈의 세월호 와펜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지금까지 붙이고 다니고있다.


세월호 사건이후로 우리들은 집단적 광기를 보이는 악마들을 보았다. 그리고 악마에게 우리를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한사람 한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보였다. 가족이 죽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따위가 얼마나 하찮은가도 알게되었지만 또 한편으론 한사람 한사람이 무언가 행동하기 시작해야 세상이 바뀐다는걸 알았다.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과 모금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만든 사람의 진심이 진실의 첫발을 새로 내딪게 했다. 아이들의 영상이 나올때마다 얘들아, 안돼. 얼른 도망쳐! 라는 말이 입속을 맴돌았다.

살아온 두명의 학생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얘들아,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 너무 고맙다.는 마음 뿐이었다.

물론 어른들도 살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둘라에이스 선장님의 기억과 데이터는 말할것도 없었다.

김총수와 김감독님의 이야기처럼 마지막 퍼즐은 아이들이 풀어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일이다. 사실 촛불로 새로운 세상을 만든것도 나는 아이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세월호 사건 이후로 달라졌다.

강의 나가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주변에 세월호는 차고 넘친다. 어른들의 욕심때문에 아이들의 미래따위 관심도 없는 어른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 쓸데 없는 경쟁대신 지금 오늘을 더욱 정의롭고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세월호 사건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빨리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었어야 했다.

2014년, 그리고 지금 2018년.

4년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우리 모두가 진실을 오해한채 잊게 만들었는지

책임자들에게 정확하게 물어야한다.


이 영화는 딱 그 시작이다.

나는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 그날, 바다를 보길 바란다.

종편에서 떠들어대는 시덥잖은 흥분된 목소리가 아닌,

진실이 무언지를 찾기위한 단단한 새 발걸음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잡고 딛어주길 바란다.



*개봉관 설명을 위한 박보나씨의 페이스북 링크: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217677075002318&set=pcb.1217677195002306&type=3&theater



#그날_바다 #영화 #세월호 #진실은_침몰하지않는다 #진실규명 #책임자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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