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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06. 2018

피곤하지만 꼭 해야해

아빠랑 민감한 정치이야기를 하는 이유

엄마보다 아빠는 설득이 더더더 힘든 존재다. 

왕년에 아빠가 젊으시던 시절에 하셨던 멋쟁이 무용담과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사회에 대한 철벽같은 믿음에 미디어가 아버지에게 결제받듯 내뿜어대는 정보가 쌓여 내가 아는것과 다른 정보로 나를 설득하려하시기 때문이다. 아빠랑 그런이야기를 하는거 자체를 포기했다는 친구들이 많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알수있다. 아빠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운 사람으로 살아오셨는지를.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으니까 미디어랑 친해지고, 카톡 뉴스랑 친해지는것 뿐이다. 아빠 마음을 알아주고, 아빠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주고 시시때때로 심심치않게 정보도 줄 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친구들도 같은 정보로 이야기를 하니까 당연히 아빠의 커뮤니티에선 그게 바른 정보인 것이겠지. 

평소에 아빠가 어떻게 사시는지 간간히 물어보고, 눈을 맞추자. 쓰윽 용돈도 찔러 넣어 드리자.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이끼만큼의 이해는 해주실거다.  설령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젊은 내가 원하는 세상이 뭐고, 그래서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끈질기게 이야기한다. 듣기 싫어도 들어달라고 강짜도 부리고 애교도 떨면서. 

아빠랑 오래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아빠의 주름진 얼굴과 함께 “걱정마. 아직은 아빠가 다 해줄수 있지!”라는 목소리가 오버랩 되면서 눈물이 날려고 한다. 얄밉고 답답하고 고집세고 안쓰럽고 사랑하며 화가나는 우리 아빠가 계속 건강하셔서 민감한 정치이야기를 오래오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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