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말자
노는것이 죄스러운 마음이 들때가 있다.
우리는 자라는 내내 성실하게 일을 열심히 하는것이 옳은것으로 배웠기때문에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는것, 빈둥거리는것, 사소한 취미를 가지고 집에서 꼼질거리는것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건데, 왜 우리는 어딘가에 가서 인증샷을 찍고 좋아요를 누가 눌러주는지, 몇명이나 눌러주는지 집착을 하게 된걸까. 하긴 나도 뭔가를 찍고 공유하는것을 열심히 하고있지만 이게 인간의 삶에 정말 중요한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 겨울부터 봄, 얼마전까지 무척 바빴다. 전시도 책 삽화작업도 회사일도 너무 바빠서 일들이 마무리 되는 시기가 되니 약간 침울해지기까지 했다. 큰 그림을 작업하다가 오른쪽 눈에 비문증이 생겼고 팔에 통증이 심해졌다. 이렇게까지 그려야 하나? 싶지만 그리다보면 자꾸만 그렇게 된다.
마당에 나와앉아서 혁오의 노래를 들었다. 몇곡의 노래가 돌고 또 도는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하늘만 바라봤다. 설이가 마당에 같이 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심심해졌는지 내 옆으로 와 앉아있었다. 푸른 하늘, 예쁜 구름. 꾀꼬리와 참새, 비둘기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것을 보는것이 이렇게 좋은 일인데 왜 이걸 안하고있었나 싶었다. 마당의 작물을 정리하고 잡초를 뽑는것도 행복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는것도 행복하다.
가만히 있는 시간, 구름이 흘러가는것만 바라보거나, 꽃대가 흔들리는것만 바라보고있어도 시간은 잘 가고 마음이 무척 풍성해진다. 우리 뇌에도 쉴수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거겠지.
마음을 정돈하고, 말랑하게 하는데 쓰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하지만 이런시간이 내가 원한만큼 길지는 못했다.
옆집아저씨가 가만히 있는 내가 걱정되셨는지 풀을 정리하시며 토마토 모종이며 꽃모종을 캐서 주시고는 얼른 심으라고 하셨다. 어떻게 심는지를 멀리서 지켜보시며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셨다.
아마 아무것도 안하고 한시간을 가만히 앉아있는 내가 걱정이 되셨던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