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의 마지막을 잡고-
이사오기전, 그러니까 한 사년전쯤 담근 매실액기스를 이제 다 먹어간다.
엄마도 올해는 매실좀 해야지? 라고 봄부터 말씀하셨는데, 이런 저런 작업을 하다가 하마터면 매실 주문을 잊을뻔했다. 청매는 주문이 불가능했고, 유기농황매 몇가지만 주문이 가능한 시점 - 물론 청매를 구하려면 구할수는 있지만,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농장의 것들은 거의 주문이 완료된 상태였으니 -이라 얼른 제일 좋은 황매를 10킬로 구매했다.
매실을 살때마다 크기, 키로수를 고민한다.
많은듯한 양 십킬로, 올해는 언니가 좋아하는 우메보시와 엄마가 기다리시는 매실장아찌, 그리고 매실액기스를 담기로 한다.
언니네텃밭 장터에서 구매한 매실은 다 좋은데, 어느날 도착할지 알수없다는건 정말 아쉽다.
퇴근 하고 집에 돌아오니, 문앞에 놓여있는 매실박스. 향이 정말 끝내주지만 설탕도 아직 안샀고 장독도 씻어두지않아서, 밤에 할 수 있는 일만 먼저 하기로 한다.
매실을 씻으면서 세가지로 분류하는데, 많이 익고 멍들지않은 매실은 우메보시용으로, 익어가는중인 매실중에 괜찮은것은 장아찌용으로, 나머지는 매실 액기스용으로 하기로 하고 여러번 씻었다.
씻은 매실은 채에 받쳐서 - 혼자사는 사람이 물건이 뭐 넉넉히 있지 않기때문에 이런저런 도구들을 있는대로 꺼내서 매실을 받쳐두고 선풍기를 틀어서 말렸다.
우메보시용 매실부터 꼭지를 따고, 저장용기를 씻고 뜨거운물에 소독해서 소금과 함께 넣는다. 소금비율은 8%-10%정도로 하려고 하는데 맙소사! 저울 고장.... 그냥 적당히 눈대중으로 넣기로 한다. -_-
우메보시용 매실 1차 완성후, 이제는 장아찌용 작업을 시작한다. 씨를 빼고 4-5등분한 매실을 소독한 병에 넣고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 한번 버무린다. 그리고 매실을 넣은 만큼 - 역시 저울이 없으므로 눈대중으로 대충- 설탕을 넣고 병을 닫아 냉장실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장독을 씻었다. 이사올때 들고와서 한번도 안썼으니, 먼지에 벌레알까지 -_-;; 아주 잘 씻지 않으면 안되었다. 안팎을 깨끗하게 닦고 뜨거운물로 소독했다. 남은 매실의 꼭지를 모두 따고, 설탕을 바닥이 안보이게 좀 깔고 매실을 넣고, 또 설탕을 붓고, 매실을 넣었다. 매실을 다 넣은 후에는 설탕을 가득부어 매실이 보이지 않게했다. 혹시 초파리가 생길수도 있어서 - 이제 젓는 작업하면 분명히 생긴다 - 접착성이 있는 비닐랩으로 항아리를 한번 밀봉하고 뚜껑을 닫아 시원한 지하실에 두었다.
이제 우메보시 매실은 매일 흔들어주고, 매실은 열흘 후쯤부터 저어주면 된다.
장아찌는 보름쯤 지나면 먹을수있다.
봄에서 여름사이의 열매들은 새콤달콤 맛있고 향기도 좋다.
집에서 온통 매실향기가 난다. 기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