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어른으로 늙고싶다.
서울대 교수님의 칼럼때문에 모두가 '00란 무엇인가.' 라는 말을 유행처럼 쓰고있어서 나도 한번 그 대열에 동참해본다. 추석은 가족 뭉침의 계절, 그러다보니 좋은일도 힘든일도 생기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각자 잘난맛에 살아오던 사람들이 작은 한 공간에 뭉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니, 이 얼마나 혼돈의 카오스 같은 대화가 오갈수밖에 없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 그 공간에 있는 모두는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명절, 행복하고 처절하다. 어릴적 멋지고 큰 사람으로 느껴졌던 어른들이 아이같이 욕심을 부리는 모습에서 애잔한 마음과 짜증의 마음이 함께 생기기도한다.
이번 명절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를 다시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대화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분들이 많았던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집안의 특성일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적인 대화 - 라고 하고 삶의 잔잔한 지혜라고 이해하길 바란다- 를 나눌수없는 상태가 되고 원초적인 자랑과 칭찬, 뒷담화들이 가득한 대화의 장이 펼쳐지는것을 보면 머리가 지근거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방향이 안맞으면 입을 닫아버리고 마는, 그래서 더욱 진지하거나 긴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 되는것이다.
살아온 동안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도 타인들이 볼때 나와 가장 가깝다고 여길 사람들과의 대화가 좀 더 진지하고 유머넘치면서 행복하면 좋겠는데, 그런 대화가 어려워질때마다 화를 넘어 분노가 느껴졌다. 바로 이점이 나의 문제지만 개선이 쉽지 않은것이 더 큰 문제다. 좋아하는 어른들이 왜 저럴까 싶은 마음이기때문에 사실 내가 덜 좋아하고 덜 관심을 가지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안좋아해야하다니.. 그것도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어쨌건, 이번 연휴에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다른 사람이 해낸 일들에 아낌없는 칭찬을 하는 어른이 되고싶다.
책이나 영화의 이야기를 아주 좋은 방향으로 잔잔하게 모두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
한발 뒤에서 잔잔함을 주는 어른이 되고싶다.
명절은 좋다.
휴일도 좋다.
특히 길디 긴 휴일은 더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