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버리는 삶
작업실에는 원래 길다란 두개의 책상이 있었다.
그중 한개를 이사간 친구에게 주느라, 책상을 하나 빼고 낮은 책장을 하나 놓아서 작업방 구성을 다시 했다.
작업방을 정리하면서 필요없는게 너어무 많았다는걸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정리하며 버리고 다시 또 무언가를 사고, 잊고, 또 사고 큰 마음을 먹고 한번더 정리하며 버리는것을 반복한다. 나는 이미 많이 사지 않는 사람이 되었는데도 이렇다.
물리적으로 버릴수있는 물건들을 모으는것도 문제지만, 요즘은 데이터가 더 큰 문제다.
일을 하면서 여러개의 버전으로 저장한 일, 진행이 되다 말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데이터들, 잘나온 몇장의 사진을 위해 선택되지 않은 몇배수의 사진들. 우리 모두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고 저장용 클라우드나 하드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똘똘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버전이 언제것인지, 어떤것이 최종본인지, 각 버전에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겠지만 나처럼 정리를 제대로 안하는 사람은 사실 나중엔 뭐가 뭔지 잘 모르게된다.
나는 나의 단점을 알기때문에, 뭐든 빨리 정리한다. 특히 공유하고 함께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선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다. 일이 명확해지고, 결정이 빨라지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데, 협업을 할때는 개인이 일하는 시간차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는것 같다. 특히 정보를 머금고 있는 사람들이랑 함께 일을 하게되면 결정의 시간, 협업의 내용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쓸데 없는 지침을 만드는것 같다.
마치 쓸데없는 남의 물건들때문에 내 공간이 꽉 차있는 기분이랄까.
데이터도, 물건도 정리가 필요하다.
정말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 완전히 정리할 물건을 결정하는것도 중요하다.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 정리하는 물건을 새로 사는것이 정말 옳은일인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덜 사면 덜 늘어진다.
데이터를 머금고 있지않으면 머릿속이 훨씬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