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으로도 건강해져요
집에오는 고양이중에 초코라는 고양이 형제가 있다.
털의 색깔이 검고 코와 입주변에 하얀털이 있는데, 여튼 동네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중 이 두녀석만 구내염이 심하다. 얼굴이 퉁퉁붓고, 고름을 줄렁줄렁 달고다니는걸 3년쯤 지켜봤다.
보통 구내염이 심한 고양이들은 추운겨울나기가 쉽지않다는데, 우리동네의 캣맘 캣대디들의 노력으로 3년넘게 살고있는것 같다. 고보협의 길고양이 사료로 바꾸고나서 우리집에도 길고양이 방문 횟수가 확실히 늘었다. 초코형제중 구내염이 좀 더 심한 녀석은 아예 내가 지어놓은 길고양이 겨울집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내고, 내가 데크 문을 열고나가면 쪼로록 도망가는듯이 풀밭으로 나와서 캔사료를 부어주길 기다렸다.
털이 버석거리고, 잘 먹지못해 배가 쏙 들어간채로 누런 농을 덜렁거리고 다니던 녀석이었는데, 보일때마다 캔을 주고 엘라이신을 뿌려주고 해서인지 누런농이 완전히 없어진것 같았다. 아직 입은 불편해서 침은 조금 흘리지만, 털의 윤기가 살아나고 있다는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어제, 너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항상 퀭한 눈으로 나를 멀찍이 서서 바라보던 초코가 조금 더 가까이에 앉아서 캔 사료를 기다렸고, 내가 눈을 깜빡이며 인사를 하니 3년만에 처음으로 나에게 눈키스를 해주었다.
아픈 몸이 힘들어서, 자기의 약한 몸이 겁나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 초코가 이렇게 달라진것이 놀라웠다.
자신을 해치지 않을거라는 믿음. 맛있는것을 먹고 낫겠다는 의지가 초코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물론 다른 초코도 방문한다. 이녀석은 아마 다른 집에서 먹고 자는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이 되면 와서 사료를 먹는다. 아파서 쫓겨다니지 않았으면, 예쁜 얼굴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길고양이에게 맘껏 밥과 물을 줄수있는 집으로 이사온건 정말 잘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