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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않은 콘크리트

어린때의 기억이 지금도 움츠러들게 만든다.

by Vegit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에 상처가 났으니 어쩌냐"는 대사를 듣고 내가 좋아하던 임상춘 작가는 점점 더 멋진 생각을 하는구나, 어찌 저런 대사를 썼을까? 생각했다.


모두가 상처 받으며 살지만 어릴때 받은 상처들은 커서도 계속 멈칫거리게 눈치보게 만든다.

어릴때 언니를 따라 언니친구의 생일잔치에 갔었다. 언니들따라 까불고있는 나에게 언니친구의 엄마는

"너는 불청객이니 조용히 하고 있어라." 라고 말했는데, 그때 그 아주머니의 표정과 말투, 다른 언니들의 뜨악한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앞이 잠시 까매졌다가 노래졌다가 했던것 같다.

그때 엄청 상처받았지만 울지 못하고 웃었다. 언니 친구의 생일이라 언니를 슬프게 만들고싶지 않았으니까.


자라면서 그 아줌마의 단어, 목소리같은것을 자꾸 생각했었다. 성장하면서 생각해봐도 그사람의 태도는 아주 잘못된 태도라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된 이후, 나는 어떤 어린이든 상관없이 어린이를 불청객처럼 만드는 분위기나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른에게는 어린이와 다른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어린이는 어린이인것 만으로 조금 더 세심하게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른들과 어린이들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더 반짝이는 생각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잘 모른다. 자신들은 그저 좀 더 덩치가 크고 돈이 있는 존재일 뿐이라는것을. 어린이보다 엄청 잘난것도 없고 세상 특별한 존재도 아니다.


아직 궁금한것이 더 많은, 앞으로 살날이 훨씬더 많고, 작은 경험하나가 인생의 각도를 조금씩 바꿀수있는 어린이들에게는 가능하면 반짝이는 기쁜 경험들을 전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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