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해 지고 싶은 밤

컵라면을 먹는데는 이유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고있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무엇이든 엄청 잘, 많이 먹고 소화도 잘 했었는데 근래에 소화기능이 너무 떨어지고 나서

혹시나 몸에 큰 이상이 생긴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식사량을 줄이고 조금 천천히 먹어보면서

이건 노화에 따른 소화기능 저하라는것을 확실히 깨닿게 되었다.

전에 주변 언니 오빠들의 아직 젊어서 그만큼 먹는다는 말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다니.

오늘은 아침, 점심을 계속 못먹고 저녁즈음에 빵을 조금 먹고나서, 집밥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 충분히 밥을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부엌에 있는 컵라면이 나를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어디에선가, 무언가 메뉴 하나를 특별히 먹고싶은건 가짜 배고픔이고

무엇이든 맛나게 먹을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진짜 배고픔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가짜배고픔이라고 하더라도 이 컵라면을 먹어야 감기에 안걸릴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벽 한시 넘어서 컵라면을 먹는데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일단 먹고싶어야하고,

이런 얼큰한걸 먹어야 감기에 걸리지 않을것 같아야하고

내일 아침9시에 잠시 약속이 있지만 오늘밤엔 충분히 불량한 마음으로

라면을 먹고 싶어야 하는것이다.

소화가 안되던 내 뱃속도 이 라면을 먹고나면 다시 튼튼해질것 같다.

내일 아침의 얼굴은 내일아침에 맡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