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식물과 나

강물처럼 흘러가고싶다

by Vegit

조용하게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물론 주변 집들의 소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말하기 싫을 때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신경 쓸 일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 내가 나만 컨트롤을 하면 된다-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집의 고양이들은 조용한 편인것 같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우다다를 하면서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애옹애옹 수다를 떨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며 반려인의 관심을 끄는 스타일들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가능하면 덜 받게 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정도는하고있는데, 저녁나절 즈음 정해진 공간에서 낚시놀이를 해주거나 - 보통 요가매트 위에서 놀아주었더니, 요가를 하려고 준비를 하면 아이들도 놀이 준비자세를 한다 - 아침에 까꿍놀이 정도만 하고 있으니 냉정하게 말하면 고양이들을 귀하게 키우는 정성스러운 보호자는 아니다.


식물들도 마찬가지여서 해를 보게 해 주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가끔 샤워를 시켜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이다. 가끔 은단같이 동글동글한 모양의 영양제를 몇 알씩 뿌려주기는 하지만, 주변 언니들의 식물 키우는 걸 보면 아직도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식물 상점에 가서 시들시들해지거나, 분갈이가 필요한데 분갈이를 하지 않고 빨간딱지를 붙여파는 식물들을 사 오곤 하는데 그런 애들을 돌보고 다시 잘 크는 걸 보면 너무나 뿌듯하다. 몇 해 전 이케아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가베를 아주 싼값에 사 왔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크고 있는 아가베를 보면 대형마트의 먼지와 조명으로 생활하라고 하는 건 식물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마트 식물 코너의 식물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블루베리 화분들을 많이 가져다 놓고 파는데, 꼭 그 꽃을 손으로 만지거나 몇 개 따서 주머니에 스윽 넣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들도 자기가 만진 화분을 바로 구입해서 잘 키울 날이 있겠지.

1D6045BC-C744-4555-887C-5F0CA68AED81_1_105_c.jpeg 왠일로 함께 바깥을 바라보는 치치와 뽀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 정도의 노력으로 안정감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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