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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24. 2020

씨앗 씨앗 씨앗

허브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항상 5월 중순까지는 긴팔옷을 두세겹입고 스웨터를 들고다니는데, 이런 나를 보고 혀를 끌끌차는 친구들이 많았다. 올4월도 날씨는 계속 춥고 바람도 세게 분다.

다들 전보다 더 춥다고 하고, 또 감자싹이 올라왔는데 냉해를 입었다는 농사친구들의 포스팅을 보면 올해가 좀 더 추운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이는 온난화가 코로나19로 인해 늦춰지고 있어서 지구가 정상컨디션을 찾은거라고도 하고 또 윤달이 있는해라 다르다고도 한다. 어쨌건 우리 모두가 지구의 컨디션에 맞추어 살아가야하는거겠지.


어릴때는 참외는 한여름에 수박과 함께 먹는 과일이었는데, 이제는 3월부터 참외를 먹을수가 있다. 물론 하우스 참외니까 그런거겠지만, 계절을 잘 모르고 살게되는 원인중 하나가 '제철과일'의 실종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올해 모종을 내보면서 왜 내 모종들은 이렇게 늦나... 고민을 했었다. 낮에는 내놓았다가 저녁에 실외보다는 약간 온도가 높은 - 그래봤자 3도정도 - 데크로 들여오는것만 했으니, 20도 전후로 유지하며 키워야 하는 모종들이 더디 클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근데 한편으론, 얘들이 올해 바깥에서 버티려면 어느정도는 바깥 온도와 햇빛, 바람을 경험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씨앗들은 꾸역꾸역 자기 컨디션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되었으니 성과가 없는것도 아니다.


성과를 낸것까진 좋았지만, 나는 또 사고를 쳤다. 묵은씨에서도 싹이 트는걸 보면서 용기를 너무 내버렸다. 허브씨앗을 이것저것 열댓가지 사버린것이다. 같은 잉글리시 라벤더지만 흰꽃이 피는 종류, 핑크색 꽃이 피는 종류, 보라색 꽃이 피는 종류를 사고, 오렌지 향이 난다는 허브부터 커민, 레몬그라스... 작업실 마당 뒤쪽 마른흙이 있는곳에 심을 두종류의 클로버까지 총 18가지를 구입했다.

주섬주섬 주문할때는 몰랐는데, 받고보니 모종을 내는것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4X4 모종판 하나를 테스트삼아서 해보기로 하고, 흙을 담고 각 칸마다 다른 허브씨앗들을 서너알씩 넣었다. 어떤 허브는 7알에 2천원꼴이라 더 조심조심하게 되고 또 어떤건 백알이 넘게 오니 마음이 좀 놓인다.

얘들은 20도 전후를 유지하며 키워보려고 한다. 일단은 발아환경에 맞추어 키워주고, 화분에 옮겨심고 을밀님과 나누기도 할텐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각각의 허브들을 잘 키우고 씨를 받는것까지를 목표로 한다. 몇몇씨앗들은 바닥에 알아서 떨어져서 내년에 알아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레몬그라스와 루바브처럼 다년생 풀은 내년 내후년이 더 멋져지게 키워볼거다.


책임질 식물들이 많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또 마음만은 오늘 하늘같이 맑고 푸르다. 앞으로 올 또 다른 추위와 더위, 장마와 가뭄에도 지치지 말아야겠다.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는일, 식물의 작은 변화도 알아차리는 일,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포트 하나하나에 씨앗의 이름을 적었다. 노끈을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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