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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Jan 12. 2021

국수먹는 겨울밤

버리는 식재료를 없애자

오늘 낮에 앉아서 일하면서 선물받은 현미 누룽지를 까드득 까드득 - 너무 많이 먹었더니 밤 늦은시간이 되서야 배가 고파졌다. 곧 자야하는 시간이니 안먹는게 제일 좋겠지만, 안먹고는 못잘것 같은 기분에 달걀 두개를 반숙으로 삶으면서 점심에 먹고 한그릇쯤 남은 순두부찌개를 낮은 불에 끓이기 시작한다.

엊그제 쌀국수를 해먹고 남은 숙주를 한주먹 씻어서 끓는 순두부찌개 옆에 두고 국수 삶을 물을 올린다.


국수를 삶을때마다 항상 얼만큼이 나에게 적당한 양일까 고민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국수의 양을 더 늘이게 된다. 왜 국수는 삶을때마다 모자라게 삶아지는것 같을까? 그리고 왜 삶고나면 태산같은 국수를 보며 내가 이렇게 많이 삶았나? 하고 후회를 하게 되는걸까? 하지만 이런 후회도 참 쓸데없지. 

먹다보면 국수는 후루룩 다 먹어진다. 


물이 끓는동안 배추김치통도 꺼내고, 가쯔오부시도 꺼낸다. 

국수를 삶을때는 물이 금새 끓어 오를 수 있으니 옆을 지키고 섰다가 끓어오를때 한번- 두번- 세번 찬물을 한컵씩 부어주고 아주 찬 물에 헹궈준다. 세번째 물을 붓기 전에 순두부찌개에 숙주를 넣고 냄비뚜껑을 닫는다.


삶은 달걀을 까고, 보울에 국수와 삶은 달걀을 넣고, 배추김치와 국물, 가쯔오부시, 간장, 들기름을 부어둔다(오늘은 홍게간장과 김치국물로 간을 했다). 

국그릇에 숙주를 익힌 순두부찌개를 담는다. 


차가운 국수와 뜨거운 순두부찌개가 서로 어울린다. 나같은 손발 찬 사람에겐 저렇게 얼큰한 국물이 좋다. 




국수와 달걀은 나중에 리필해가며 더 먹는다. 오늘 3-4인분은 먹은것 같다.





요즘은 가능하면 어떤 식재료나 음식물도 안버리고 끝까지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전날 저녁에 남은 찌개를 조금 다르게 변형해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같은 음식을 두번 먹는건 싫지만 - 나는 정말 밑반찬을 좋아하지 않는다 - 조금 다른 형식으로 먹는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다. 


과일같은것을 썩히지 않고, 냉장고속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잘 기억하고 제때에 먹는것. 그리고 포장이 과하고 뭔가 더 달고 상큼한것 같은 기분을 만드는 무언가와는 거리가 먼, 천연의 맛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예쁘게 멋있게 먹는것도 좋지만 결국 내가 먹고 쓰고 버리는 모든것이 다 나에게 순환되어 돌아온다는 생각때문이다. 비닐포장도 덜 하고 싶고 플라스틱 포장품도 덜 쓰고 싶다. 배달음식도 택배도 줄이려는 노력을 나라도 해야겠다 생각한다.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우리마을 재활용쓰레기 수거시간의 쓰레기산을 볼때마다 좀 무서워진다. 몇십세대밖에 되지않는 우리동네 사람들이 두어시간만에 재활용 쓰레기로 산을 하나 만들어내는걸 보면서 아파트나 더 큰 규모의 동네에선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싶어서이다.


나라도 줄여보자라는 마음으로 집에서 더 열심히 요리해먹는다.

그 마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도 최대한 안만들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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