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가는길
언니가 제주로 이사를 가고, 나도 코로나때문에 그림작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올 봄 파주 교하에서 전시회를 하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해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또는 캔버스앞에서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불안함, 내가 정말 맞는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예전의 그림들도 새로이 진행하는 그림들도 모두 좋아해주시는것, 그리고 정말 눈물을 흘리며 그렸던 식물그림들도 모두가 사랑해주었다.
언니가 제주도에서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해줬지만, 사이즈가 크고 유리액자를 해둔 40호 그림들을 옮기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집과 가까운 교하아트센터에서의 전시도 그림들을 모두 포장하고, 가서 걸고, 관리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제주에서의 전시가 가능할까.. 싶었다. 먼 곳에서의 짧은 전시를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고 에너지와 비용을 많이 들이는것이 부담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아닌가! 제주도에서 전시를 할 수 있다는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 전시를 위해 그림을 두개 더 준비하고 프레임이 되어있지 않았던 그림들을 모두 액자로 만들었다. 오랫만에 방문했는데도 친절하셨던 액자집 사장님이 전시에 맞추어서 빠르게 액자를 맞춰주셨다.
제주 전시장을 미리 가볼 수 없어서 사진으로 공간을 가늠하고 그림을 걸 위치를 대략 정했다. 동료의 도움으로 - 차에 모든 그림을 싣고 완도에서 배를 타는 여정 - 그림은 제주로 출발하고, 그날 오후 나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약간 당황했다. 마스크를 최대한 내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성격 급한 아빠의 차를 얻어타고 오는 바람에 비행기 탈 시간까지 한시간 반이나 남아버렸다. 식사시간이 겹쳐서 고민을 하다가 김밥을 하나 사먹기로 했는데, 식판 상태도 깨끗하지 않은데다 재료 하나가 상했는지 맛이 이상해서 먹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마스크를 그냥 쓰고있을것을.. 하는 후회가 되었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대합실에 앉아있기로 했지만, 코로나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해서 앉을자리가 없었다. 한참을 서있다가 운좋게 자리가 나서 얼른 앉았다. 가방에 챙겨온 '가이아의 정원'을 읽기 시작했다. 가이아의 정원은 너무 좋은 내용인건 잘 알겠는데, 읽을때마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큰 밭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을것 같은데, 나같은 텃밭 생활자도 이걸 해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밭을 일구는 능력이 모자라기때문에 이런 생각을
비행기는 언니가 걱정한대로 연착이 되서 40분 정도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탔다.
집에서 공항까지, 또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느라 기다린 시간보다 비행기 탄 시간이 더 짧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언니와 조카를 만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너무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