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git Jan 20. 2021

다같은 솔방울이 아니네, 오리나무

서울식물원 책을 위한 그림

오리나무, 나에게는 이름만 보면 잘 알기 어려운 나무였다. 

머릿속에는 꽥꽥- 오리가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었으니.


오리마다 한그루씩 심어져있어 오리나무라고 한다는데 좀 더 검색을 해보니 오리나무 열매가 달린 부분을 크리스마스 리스나 장식으로 쓴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릴적 내가 본 솔방울들은 모두 아기주먹만큼 큰 솔방울 또는 향기가 확 다른 잣나무의 열매뿐이어서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려있는 작은 솔방울들이 신기했는데- 미국사람들은 솔방울도 마법으로 작게 하나? 라고 생각했던 어린이였다- 그게 오리나무였던거다. 

그림을 그린 이후로는 솔방울같이 생긴 열매가 보이면 일단 줏어서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크기도 질감도 색도 조금씩 다른 아이들을 그냥 다 솔방울이라고만 불렀던 것이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성장하고 있는 오리나무 열매들은 단단하고 촉촉하고 묵직한 느낌이 든다. 크기에 비해 더 묵직하고 믿음직스런 기분이 드는건 얘들이 잘 성장해서 진짜 멋진 갈색 열매가 되는걸 알기때문이겠지.


 잎사귀의 잎맥은 약간 볼록볼록하다 느껴질정도로 잎맥부분과 그 사이의 잎 부분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졌다. 깊이 차이가 나서 볼록볼록해보여도 찢어지지않도록 얇고 짱짱한 질감의 잎사귀는 작은 톱니를 달고있다. 

열매가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 잎 끝은 조금 노랗게 변하고 있고, 멀리서 보면 마냥 초록이었던 열매도 가까이보면 그 안에 다양한 색을 머금고 있다. 


딱딱한 가지에서 잎과 꽃이 나오고, 그것이 열매가 되는동안 얼마나 많은 색깔이 이 나무를 스쳐갔을까?


 계절마다 더 자주 오리나무를 만나고 그 계절, 그날, 그시간의 오리나무를 그려보고 싶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