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추가할 나무를 그리면서
작년, 정확히는 제작년에 식물원의 지도를 그렸었고 연계된 책 작업을 하면서 지도에 나무들을 더 그려넣어야 하게 되었다. 책에 들어갈 삽화까지 잘 그려보고 싶어서 나무를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그리면서 나도 모르게 나무들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길거리를 지나갈때 자꾸만 어- 이게 무슨나무지?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차를 타고 스윽 지나가면서 황토빛 열매들을 가득 달고있는 나무가 느릅나무라는걸, 수피색과 결만 보고도 왕벚나무라는걸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을 잘 아는 식물러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못해 존경의 마음까지 생긴다.
지난 며칠동안은 지도에 들아갈 추가 나무를 작게 그리는 작업을 했다.
작은 나무인데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나의 집중력과 체력의 문제가 컸을거고 그림작업 자체도 생각보다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다.
큰 그림 작업은 커서 어렵고, 작은 그림은 작아서 어렵다.
특히 엄청 작아지더라도 그 나무를 아는 사람은 아~ 이래서 이렇게 그렸구나! 할 수 있게 그리고 싶었다. 나무의 수형도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왕버들만 사연이 있어서 이상적인 수형으로 그리지 않았다. 아마 수정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마음이 가는대로.
매화나무와 복사나무는 둘다 봄에 아름다운 분홍빛 꽃이 피는데, 두가지 나무를 구분하고 싶었다. 물론 매화가 훨씬 먼저 꽃을 피우지만, 사실 지도속 나무는 나무 각각의 가장 리즈시절 - 이것도 온전히 내 판단이다 - 을 그려주고 있어서 봄-여름-가을이 지도속에 다 표현되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복사나무는 복숭아를 매실나무는 꽃을 그렸다. 마가목이나 모감주, 함박꽃도제일 화려한 때를 그렸고 계수나무는 잎사귀의 반짝거림-하트모양의 잎사귀가 살랑살랑하는것이 내눈엔 보석같이 보였다 -을 표현했다.
하나하나 그리면서 나무와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야기가 잘 되면 좀 슥슥 잘 그려졌고, 이야기 하기 어려웠던 나무는 조금 어색하게 서로 악수하며 헤어졌다.
모든 식물들과 행복하게 만나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는 그 날은 언제쯤 올까?
물론 나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