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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Jul 09. 2021

파랑까페에서 전시 시작

식물과 고양이의 시간

제주에 오자마자 밤에 그림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로 일정이 안맞아 전시날 아침에 세팅을 하기로 했다. 나도 피곤하고 배가 고팠지만 백감독도 너무 지친상태이기도 했기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언니집에 짐을 좀 내려놓고, 까페에 가서 그림을 모두 꺼내놓고 어디에 어떻게 맞춰 걸지를 고민했다. 파랑까페의 사장님은 언니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언니한테 이야기 들은것보다 더더더 좋은 사람이었다. 친절하고 지혜롭고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페도 단아하면서 풍성하고 다정한 공간이었다. 


식물그림은 의 상징파랑까페인 푸른 벽면으로, 다른 일러스트 액자들은 이곳저곳에 걸면서 자리를 맞춰보았다. 내 그림들이 마치 원래 이곳을 기다렸던것 처럼 착 붙는것이 신기했다. 그림을 이젤에 놓고, 또 테이블이나 벽면에 걸면서 이렇게 잘 어울리는게 신기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다. 

그림을 걸면서 뭍에서 준비해 온 실외배너를 걸려고 했는데, 이럴수가! 외부에서 날아가지 않게 거치하는 물통배너의 물통이 없었다. 분명히 넣는것을 확인했는데, 어디서 없어진건지 알수가 없었다. 

백감독이 다시 바빠졌다. 제주시까지 가서 물통배너를 구해오고 나는 그림을 걸고, 준비해온 엽서와 책들을 디스플레이 했다. 



파란까페, 파란 건물



오프닝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그림을 감상해주셨다. 

살림문화재단이사장님 부부와 동네의 멋쟁이분들, 모델같은 키에 장만옥의 눈을 가진 만옥이언니, 제주에서 활동하는 두 여성 예술가분들도 함께 와주셔서 예술을 즐기는 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각자의 분야를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꾸준히 해오고 있는지 이야기 듣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모두 저렇게 열심히 각자의 예술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는것이, 그런 멋진 사람들과 나의 예술 세계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것이 좋았다. 그냥 차를 드시러 오신 분들께도 오프닝 축하 케익을 나누고 그림에 대해 설명해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수암리의 에너지가 이런것일까, 아니면 제주의 에너지가 이런것일까?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고 어떤 분께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귀담아 듣고 배울점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제주에 살고싶다. 제주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40호, 고양이 봄_ 산책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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