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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Jul 03. 2017

비딩에 떨어졌다.

우리 모두 앞만 보고 달려간다 #2

우리가 일년 반전쯤에 납품했던 제작물이 있는데, 구조와 디자인은 그대로 두고 약간의 업데이트만을 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제는 비딩을 해야한다고 했다. 솔직히, 그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이미 다 되어있는 디자인, 구조를 다른곳과 가격경쟁을 해야한다는것 자체가 좀 이상했는데 결국 떨어졌다.

내가 바보같은 짓을 했기때문이다. 

1원도 깎지 않았고, 10만원 때문에 떨어졌다.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결국 작업해준 개발팀에도 미안한 일이 되었고, 광고주는 우리가 작업했던 원소스를 받고싶다고 연락했다. 10만원 때문에 우리는 그 작업에서 떨어졌다. 다들 아깝다고 말한다. 물론 아깝다. 큰 일이고 돈도 꽤 되는 일이니까. 내가 좀 달라져서이기도 하지만, 다음과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1. 우리가 했던 작업에 업데이트를 하는것인데, 왜 비딩을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2. 원소스를 내놓으라니, 그럼 구조를 잡고 기획을 한 장기적인 계획은 왜 같이 세웠던것일까?

3. 내가 잘났다고 하는게 아니라 좀 더 싸게, 나를 아니 우리를 깎아내려가며 일을 하는게 맞는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하고 있다.


제작년에 비해서도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 계속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프로젝트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고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있는것일까?


결국, 우리는 매번 비딩을 할때마다 좋은 아이디어를 더 싸게 - 공산품처럼 - 제공해야한다. 클라이언트는 더 싼것을 취사선택한다. 좋고 나쁨은 그 다음의 문제인것이다.

그게 아무렇지 않은게 싫다.

내가 광고주를 선택할 권리도 필요하다. 그리고 하고싶은 일을 찾는것도, 해내는것도 중요하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나의 일을, 미래를, 우리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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