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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ug 12. 2017

구구가 미운날.

마물의 숲

구구가 요즘 너무 운다. 내가 옆에 있어도 울고, 옆에 없어도 울고,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 오는동안도 계속 울고있다. 나도 듣기 싫은데, 이웃들은 더더욱 듣기 싫을거다.

물론 우리 이웃들은 -_- 너무나 깔깔거리고, 너무나 계단을 쾅쾅 우다다다 올라가고, 친구들을 불러 새벽 두세시까지 엄청나게 떠들지만,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구구의 우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은건 아니다.


며칠동안 구구는 만져주지 않으면 울어댔다. 아웅- 아웅- 울어서 얼굴을 만져주면 울음을 그쳤다가 내가 다른일을 하면 다시 울기 시작한다. 구구가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는것도 좀 있겠지만, 배가 아파서일수도 있을것 같다. 장에 변이 가득차고, 변이 딱딱해져있는것을 느낄수있다. 문제는, 이제 상태가 전보다 나빠져서 병원에 가서 관장을 하려고 하면 변이 풀어져 버렸다가, 집에오면 변이 잘 나오지 않게 되었기때문이다.

병원에서의 시술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때문에, 가능하면 구구가 조금 덜 고통스럽게 해주고 싶다. 수술을 하거나 하는건 동물에겐 너무 큰 어려움이라고 주치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수술이 아닌 시술도 구구는 정말 힘들어한다. 적극적인 시술을 하는 날엔, 정말 애가 까무러칠것 같은 상태- 숨을 헐떡이고, 혀를 빼물고 괴로워하는- 가 되기때문에 선생님이 시술을 해주시는게 감사하면서 야속하다.


어쩌다 내가 이런 생활을 12년 가까이 하게 되었을까. 요즘처럼 심정적으로 힘든때는 구구의 울음소리 듣는게 정말 참기가 힘들다. 하루종일 내는 소리, 구구도 힘들어 그렇겠지만 나도 너무 힘들다.

내가 못된 사람일수도 있고 구구가 너무 한것일수도 있다. 


구구가 차라리 말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아주 힘들어. 니가 날 좀 편안하게 해줘. 그 방법은 말이야.... 


이 글을 쓰는동안에도 울고 옆에 와서 얼굴을 내밀었다. 얼굴을 손으로 부벼주면 조금있다가 계단에 가서 앉거나 구석에 앉아있다가 또 온다. 뭔가 통증이 간헐적으로 지속되는것일까? 조금있으니 다시 울기시작한다. 


어렵다. 구구의 맘을 이해하기가. 그리고 해줄 수 있는게 너무 없다. 

글을 쓰기전엔 나도 분노로 가득찼었다. 너무 힘들었다. 얘가 자꾸 우니까 정말 막 엉덩이를 팡팡 때려버리고 싶었다. 구구가 몇년 못살것이라는걸 잘 안다. 그래서 가능하면 더 잘해주고싶다. 이제는 같이 잠잘수없는 구구. 같이 누워있기 어려워진 구구. 모두가 인상을 찌뿌리게 되는 구구....


구구가 너무 안쓰럽고, 구구를 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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