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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Nov 30. 2017

국가에 대한 예의

우리 모두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살아가고있다.

온라인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내가 특별히 음식과 음악이야기, 예술이야기, 계절이야기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친구(라고 나만 생각하는거면 어쩌지?)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를 만든 권경원 감독님은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엄청~~~고집이 세고, 고민도 많고, 물고 늘어지는- 부드럽고 질겨서 부러지거나 끊어지지않는 사람이었다. 

깊이있게 공부하고, 의견이 맞지 않아도 화내지 않고 설득하려고 하고 뭐든 다시 보고 또 돌아보면서도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않는 사람이라서 어떤면에선 으어 진짜 감독님 너무 이해를 안해주시네! 이런 막말을 하면서도 끈질기게 권감독님을 응원하고 있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뭔가 나도 더 열심히 돕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감독님이야 원하던 말던 막 의견을 내고 돕곘다고 했다. 어찌 생각해보면 감독님 입장에선 오지랖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었을건데, 나를 ‘도른자’로 여기지 않으시고 여태까지 연락을 이어와주신걸 보면 감독님은 참 착한 사람이란 확신이 든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몇개의 버전을 먼저 보고 이런 저런 내가 할수있는것- 잔소리 라던지 디자인에 0.1 정도의 도움-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이 영화를 위해 몇몇 부분의 자막을 디자인 했는데, 특히 그들의 이야기를 말해야하는 부분에서는 자막의 위치를 엄청나게 고민하게 되었다. 감독님께 받은 영상 부분을 돌려보고 다시 돌려보면서 위치와 폰트, 분위기를 고민했다.  그분들이 목숨을 바쳐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그들이 살았던 시간이, 그들이 해왔던 고민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부분이었기때문에 영화에선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부분일지라도 작업을 하는 나에게는 그것이 영화의 모든것처럼 느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첫상영을 보러갔다. 

영화관에서 본 최종본은 내가 최종이라고 보았던것과 또 달랐다. 

권감독님은 정말...  징하도록(사투리 일지라도 할수없음. 이표현이 제일 정확) 지치지않고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구조를 짜고 수정하고 다시 구조를 만들고 음악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욱 완성도있는 영화를 만들어냈고 사운드도 아주 좋아서 극장에서 듣는 강샘의 연주, 그리고 장기호님의 노래까지 모든 부분이 권감독님이 항상 주장하던 ‘음악다큐멘터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중간중간 한숨쉬고 분노하고 눈물흘렸다. 옆에 앉으신 아주머님 관객은 울다가 가방속에서 노트를 꺼내셔서 무언가 적으셨다가 다시 눈물을 훔치시곤했다. 앞, 뒤, 옆에서 작게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렸다. 먼 과거지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을거다. 


이 영화는 과거를 말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영화이다.

털어버리되 털어버리지 못한것, 잘못된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한 것, 정의를 위해 정의를 저버린것. 영화를 보면서 나도 많은 생각을 했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나도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약속을 했다.

 꼭 했어야하는데 아직 못한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각자의 삶에 예술이 얼마나 필요한지, 매일을 즐기는 삶, 함께 연대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오늘 예쁜 단풍사진을 보내주신 멋쟁이 강샘이 더 시시하게 늘렁늘렁 기타를 둥기둥기 치는 모습을 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하고싶어졌다. 


[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만나실수있으니, 시간되시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래요! ]

http://www.siff.or.kr/siff/program/mov_view.php?mov_idx=1859&fes_idx=36&cate_idx=34087&gubun_idx=&sec_idx=&sch_word=&size=10&page=3


#국가에대한예의 #강기훈말고강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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