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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r 01. 2018

갑자기 생각난 친구.

삶은 달걀의 추억

초등학교 3,4학년 즈음, 운동회 날이었다.

마침 그날 당번이라 이것저것 교실에서 준비해야 할 일들을 하고 운동회가 시작되었는데

반 친구중 하나가 얼굴이 노래졌다 하얘졌다하면서 아주 힘들어했다.

담임선생님이 당번이 데리고 양호실 다녀오라고 하셔서, 양호실에 다녀왔는데도

친구는 계속 컨디션이 안좋았다.


담임선생님은 조퇴를 하는게 좋겠다 하시고는, 당번인 나보고 그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오라고 하셨다.

그친구 집은 학교뒷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어떤 집의 옆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문이 있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부엌과 화장실, 안쪽으로는 방 하나가 있는 집이었다.

아파트에 살던 나는 그런 집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친구는 몸이 영 좋지 않아서, 집에 가는 내내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고

집에가서도 혼자있는게 좀 싫었는지 잠시 함께있자고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로 돌아가려는 나에게 친구는 선물을 줄게 있다고 하면서

서랍장쪽으로 가더니 옷이 가득한 서랍을 뒤적여서 무언가를 꺼냈다.


삶은 계란 한개.


솔직히 그날 나는 여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방하나에 이불이 바닥에 다 깔려있는 - 아마 온기를 보호하려고 그랬던것 같다- 방, 그 방에서 온 식구가 다 같이 누워잔다는것도 조금 놀랐는데, 삶은 계란같은것이 서랍장에서 나온다는것이 더 놀라웠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내가 놀라고있다는것을 티내지는 않기위해 노력했던것 같다.

아마 형제가 많았던 그 친구에겐 몰래 숨겨둘만큼 아주 소중한 계란이었던것 같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받은걸 잘 숨겨두었다고 하며 씨익 웃던 친구의 쌍꺼풀진 귀여운 눈과 덧니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런 귀한 선물을 내가 홀랑 먹어버리는게 너무 미안해서 몇번 거절했지만,

손에 자꾸만 쥐어주는 계란을 거절할수가 없어서 "같이 먹자"고 하고는

노른자가 파랗다못해 까매진 계란을 둘이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지금도 삶은 계란을 보면 그 친구의 예쁜 눈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지금도 착한 미소를 짓고있을까?

갑자기 오늘 그친구 생각이 난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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