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충전기 찾아요
오래 사용하면 닳는다. 매일 충전이 필요하지만, 접속이 좋지 않아 충전이 잘 안될 때도 많다. 한 번 방전이 되면 완충이 힘들다. 파손된 것은 수리해도 온전한 새 제품이 될 수가 없다. 슬프게도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린다. 성장을 마친 후엔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빨리 늙어간다. 갖고 있는 생명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갉아먹는 속도는 왜 그리 빠른지, 김광석이 노래했지만, 또 하루 멀어져가는 것이 서글프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같은 사고에 의해 충격이 가해지면 고장까지 나버린다. 먼저 약을 들이부어 보고 걸을 수 있나 보지만,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심각한 경우에, 문제 있는 부분을 떼어내고 조각조각 꿰매어 어찌저찌 굴러가게는 해놓지만, 한 번 어긋난 몸은 계속 삐그덕거린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아무리 달려가도 돌덩이가 끊임없이 내려오는 느낌이다. 시지프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 몸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충전은 사치다. 매일 밤, 잠이라도 제대로 자면 고속 충전으로 급하게 50%라도 에너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탈이 나버린 몸은 수면으로의 접속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또 약을 먹는다. 이게 무슨 악순환인지, 늘어가는 약봉지를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사람에게, 특히 직장인에게 충전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미리미리 활력을 채워 넣어서 방전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고장 나기 전에 잘 챙겨 먹고 잘 움직여 줘야 하며 잘 자야 한다. 새 제품도 그렇게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이미 수없이 상처가 나버린 스스로에게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일단은 오늘 밤에 10%라도 충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에너지로는 달리기가 어려우니 내일부터는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