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평가

괜찮아. 잘하고 있어.

by 해성

평가는 끝이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키와 몸무게가 정상 범위인지 잰다. 성장 과정에서는 걸음마가 늦지는 않은 지, 말이 느린지 빠른지 평균과 비교한다. 학교에 가면 시험이 끝이 없다. 수능을 보고 들어간 대학도 마찬가지다. 성적표는 끊임없이 우리를 쫓아다닌다. 입사할 때도 회사마다 다른 시험을 준비해야 하며 심지어 인성도 문제지로 평가하며 기껏 통과하면 면접을 봐 순위가 매겨진다. 회사에 들어오면 고과평가로 연봉이 달라진다. 마침, 업무 목표를 작성하는 시즌이다. 계획을 적어보지만, 전혀 무관한 기준으로 고과가 매겨질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참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이런 평가에 길들여져 버렸다.


그러나 성적이나 고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며 외모 평가를 일삼는 건 다반사다. 사진 하나를 찍어 SNS에 올려도 누가 더 나은 사진을 찍었는지 논평이 오간다. TV에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노래, 춤, 연기, 요리 등 뭐 하나 평가 대상이 아닌 것이 없다.

KakaoTalk_20241021_223935214_02.jpg

세상은 모든 것을 평가하며 돌아가는데, 나는 유독 그것에 취약하다. 이유는 단 하나, 비교당하는 것이 너무 싫다. 어릴 때부터 나도 모르는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당하며 평가 절하된 기억들이 쌓였다. 날아오는 손찌검은 덤이었으며 분명 그것은 학대였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그때로 돌아가 방 한구석에서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본다. 따뜻한 칭찬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이 이렇게 슬픈 일인지 몰랐다.


평가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다만 조금이라도 무던해져 흔들리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싶다.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나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어렵다. 누군가 그냥 잘하고 있다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아니, 내가 계속 나에게 이야기해 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충전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