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아서
빛과 대상이 있는 한 그림자는 존재한다. 반대로 말하면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 검은 그늘은 사라진다. 나를 비추는 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 그림자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울은 그렇게 내 곁에 머물며 발밑을 따라다닌다. 어둡고 짙은 바다에 빠질 듯이 푸르게 푸르게 번져간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를 비추면 파란 악마가 깨어난다. 아무리 숨기려 해 봐도 과거의 상처와 불안은 곳곳에서 빛처럼 새어 나온다. 어두운 곳으로 도망가면 그림자를 외면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써 트라우마를 어딘가에 숨겨보지만,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기억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빛이 그리는 그림인 사진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눈은 카메라를 통해 어두운 그림자를 직면하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내 빛으로 필름에 아름다운 상을 맺는다. 사진은 내가 세상에 반응한 방식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그중 유독 반영에 반응할 때가 많다. 거울, 호수, 유리창 등 어딘가에 풍경이 비칠 때, 같은 장면도 아련하게 변한다. 그 반영 속으로 빠져들 때가 많다. 세상의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그리 아름다운데, 나의 그림자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계속 깜깜한 곳으로 도망가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다. 오히려 힘든 기억을 인정하고 어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지. 그렇게 할 때 내 그림자는 푸른 악마가 아닌 고운 나의 반영으로 바뀔 수 있을 테다. 오늘도 한 걸음 빛을 향해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