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활주로를 떠나 비행기는 이제 어둠 속을 날아요. 서울의 야경은 물감처럼 번져가고. 어둠 속을 떠나 비행기는 이제 어딘가에 내려요. 낯설은 도시는 사실 많이 두렵지만. 마골피의 비행 소녀라는 곡이다. 떠나는 마음이 와닿아 비행기를 타면 매번 듣는다. 왠지 누군가 저기 어디선가 손을 흔들고 있을 것 같아 눈물이 나기도 한다.
공항만큼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공간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심지어 별도의 철도를 타거나, 리무진 버스를 타야 하기에 출발하면서부터 기분이 이상하다. 여느 때보다 기쁘거나, 걱정이 앞서기도, 또 너무 피곤해서 그저 빨리 탑승하고 싶기도 하다.
공항에 도착하면 수속을 마치면서부터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분이다. 입국하지 못해 랜드사이드에서 살게 된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이 생각난다. 그만큼 공항은 경계가 곳곳에 있는 신기한 공간이다. 이전에 독일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기체에 결함이 생겨 이륙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 수속을 취소하고 나온 적이 있다. 왔다 가기를 계속하니 하루에도 몇 번을 다른 나라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공항에 도착하면 정말 떠날 수 있는지 두렵다.
그렇지만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자동차, 기차, 배는 땅, 바다 등 어딘가에 동체를 붙이고 가는데, 비행기는 중력을 거스르고 떠올라 하늘을 헤치고 갔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온다. 그 덕분에 탑승 전에도 후에도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공항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거나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는 곳이다. 공항에서부터 도시 특유의 광경, 냄새, 온도 등으로 내가 낯선 곳에 왔는지, 집으로 돌아왔는지 알 수 있다.
출국이 막혀있던 코로나 시절, 친구들과 무작정 인천공항을 찾았다. 사람은 없고 도우미 로봇만이 우리를 반겼다. 로봇이 찍어주는 단체 사진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잠깐이나마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멀리 떠날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잠시 탈출하고 싶을 때 공항에 가보자.